“이젠 보내줘야 할 때야.(It's time to let go).” 이 명대사를 아시는 분이라면 아마 최근에 영화 <탑건>을 보셨을 텐데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화려한 액션 신도 물론 좋았지만 무엇보다 저는 톰 크루즈의 올리브색 항공 점퍼 패션에 눈길이 갔습니다. 핏한 데님, 볼드한 선글라스, 쿨한 미소가 함께하니 그렇게 멋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꼭 그대로 따라 입어보겠다, 마음먹고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새삼 신기하더라고요. 영화는 다른 세계를 간접 경험하는 소중한 수단이자,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도구로써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사실 때문에요. 그래서 이번 EGOZINE에서는 저희 팀원들이 패션 영감을 받았던 영화들을 소개하는데요. 펑크, 보헤미안, 스트릿 등 다채로운 패션 스타일을 머금고 있는 영화들을 담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꼭 한번 보겠다, 궁금해지신다면 성공입니다.

영화에서는 ‘코요테 어글리’의 뜻을 이렇게 전합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후회스러워서 스스로가 굉장히 못나 보일 때’라고요. 여주인공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찾아옵니다. 의도치 않게 좌절의 순간이 찾아오지요. 그러나 여주인공은 지난 잘못들을 하나하나 바로잡고 다시 자기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요. 그 와중에도 매일 밤 바에서는 광란의 파티가 이어지고, 바텐더들의 화끈한 댄스와 신나는 음악이 함께합니다. 시원하면서도 활력 넘치는 한 여름밤의 무드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영화.

“꽃길인 줄 알고 들어간 지옥길, 축제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스웨덴 지방의 토테미즘을 기반으로 한 스릴러. 주인공 대니가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 친구들과 함께 논문 연구를 위해 방문한 ‘호르가’ 마을의 여름 축제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았습니다. 동생의 죽음으로 큰 상실을 겪은 대니가 축제에 참석해 기이한 토속 문화를 만나 점점 공포에 빠져들게 되지요. 그러나 점차 마을의 야만적인 공동체 속에서 권력을 얻어 나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과 슬픔을 극복해 나갑니다.

덕분에 영화 속에는 토속 신앙의 전통 컬러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확실히 전통적인 공포 영화랑은 거리가 멀어요. 이 영화의 주 무대가 호르가 마을이기 때문이지요. 여름 백야가 한창이어서, 낮이 매우 길고 푸른 산과 풀, 자유롭고 독특한 에스닉(Ethnic)한 패션이 주는 다채로운 색감이 가득합니다.

오리엔탈리즘, 보헤미안, 그리고 약간은 트로피컬한 느낌의 블라우스와 케이프, 숄. 이 모든 아이템들은 종교적인 의미가 가미되어 토속적이면서 소박한 분위기도 풍겨요. 화려한 플라워 패턴, 바람에 나부끼는 플레어, 몽환적인 색감 위에는 점차 물들어가는 붉은 피가 있습니다. 그 대비가 주는 기괴함이 상당하지만, 그 속의 예술성과 메시지는 무시 못 합니다.

넉넉한 품과 다채로운 색감의 스웨트 셔츠, 20년 전에 유행하던 운동화까지. 매 장면마다 90년대 스트릿 패션 감성이 묻어 나오는데요. 이렇게 사이즈가 크고 밝고 선명한 무늬의 배기팬츠, 서퍼 트렁크, 과감한 그래픽 티셔츠, 맨발 혹은 반스 등이 스케이트 보더 패션으로 대변됩니다. 화려한 트릭을 구사하거나, 내리막에서 속도감을 즐기거나, 가볍게 크루징을 즐기는 등 타는 방식은 다 다르지만, 보드 문화는 패션이 가진 본질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나만의 방식대로 즐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