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FREVIEW vol.46 RICK OWENS EDITOR'S LETTER 이고진을 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접합니다.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 그들이 패션산업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데는 정연한 설명이 필요 없죠. 창의적인 아름다움을 무한히 쏟아내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패션을 더욱더 깊이 알고 싶다는 지식적
욕망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곤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브랜드이자 디자이너인 ‘릭 오웬스(Rick Owens)’도 그러한 설렘을 안겨 줬는데요. 여느
하이엔드 브랜드처럼 꼭 실용성만을 강조하지는 않아요. 천을 가지고 노는 듯한 실험적이고 천재적인 디자인을
보고 있노라면, 일상생활에서 매일 입지는 못하더라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꼭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다크하고 고딕한 분위기에 퓨처리즘이 가미된, 그야말로 ‘헉’소리 나는 디자인에 당황하실 수도. 그러나 난해한
동시에 고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이 릭오웬스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죠. 매일 보는
흔한 패션에 하품이 나올 지경이라면, 이고진 구독자분들만큼은 가끔은 이렇게 하입한 기분을 만끽해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릭 오웬스의 이번 22 SPRING ready
to wear 쇼까지 담겨 있으니 보는 눈이 즐거울 것! # 무채색의 마법사, 릭 오웬스 강렬한 무채색으로 아방가르드하면서도 미니멀하고 우아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 릭 오웬스. 1994년 설립된 이후로 독특한 실루엣에 활용도 높은 블랙 컬러가 주를 이루는 실험적인 컬렉션으로 매번 주목받고 세계 패션 흐름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릭오웬스는 미국의 디자이너, Rick
Owens(릭 오웬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독특한
패턴 기법에 가죽과 모피 소재를 다루는 릭 오웬스의 천재적인 솜씨까지 가미되면 그야말로 타의 추종 불허하죠. 현재는 ‘웨어러블한
고딕 무드’를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몇 안 되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릭
컨버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하이탑 스니커즈, 그리고 과도하게
올라온 텅이 특징인 ‘지오 바스켓’이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패션에 관심 많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 대체불가능한 사람이란 블랙 탱크탑, 블랙 와이드 팬츠, 블랙 스니커즈 부츠와 검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 패션계에서는 이미
전설적인 존재로 꼽히는 디자이너, 그 이름하여 ‘릭 오웬스(Richard
Saturnino Owens’). 브랜드 ‘릭오웬스’의
수장이자 디자이너입니다. 미국 태생이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그는 추상적이면서도 고혹적인 디자인으로
타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어요. 의상이나 의류를 디자인하는 학생들이 꼭 한 번 공부하고
넘어가는 인물이기도 하죠. 릭 오웬스는 1962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도시, 포터빌에서 자랐어요. 보수적인 사회복지사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죠. 인종차별주의자에 동성애를 혐오했던 아버지와 어릴 때부터 갈등이
잦았습니다.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예민한 감성을 지니고 있었어요. ‘나의 작품은 수년간의 독서와 여행이 가져온 자기 창조의 결과이다’라고
말한 바와 같이 그는 늘상 한 손에 책을 끼고 다녔으며 음악을 즐겨 들었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의
책을 즐겨 읽었으며, 음악은 클래식을 선호했다고 해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릭 오웬스는 LA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2년간 순수미술을 공부하지만, 그만으로는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충분히 담기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결국 2년 과정의 기술전문학교에서 패턴 메이킹 과정을 밟게 되죠. ‘패턴
메이커’로서 릭 오웬스는 보수적인 가정 환경에서 겪은 억압을 패션을 통해 해소했어요. © Vogue Paris (April 2001) 1994년, 그는 자신의 레이블 ‘릭 오웬스’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됩니다. 2001년 당시
최고의 모델이었던 케이스 모스가 그의 레더 재킷을 입고 찍은 사진이 보그 파리에 실리게 되는데, 이는
많은 대중들에게 릭오웬스의 인지도를 얻는 기회가 되었어요. 이후 릭 오웬스는 미국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의 후원으로 2002년
뉴욕에서 첫 번째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그와 동시에 패션 디자인 어워즈인 CFDA에서 ‘New Talent Award’까지 거머쥐고 이후 2004년 F/W 시즌에 첫 번째 파리 컬렉션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쳐요. 그저 유니크한 브랜드에서, '모두가 아는 브랜드'로 탈바꿈한 순간이었죠. # 어둠의 미학을 새로이 정의하다 "블랙이야말로 가장 심플하면서 우아한 색상이다." -릭 오웬스- 많은 사람들이 릭 오웬스를 단순히 ‘블랙
패션’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고딕 패션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고딕 패션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서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때 나타났던 하위문화, ‘고스족(Goth)’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요. 1970년대 후반부터 죽음, 고통을 외치는 밴드와
함께 등장했죠. 그들은 주로 인간소외, 반정부, 고통, 자유를 외치며 기성 시대에 반발하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초현실적인 존재인 뱀파이어와 유령, 망령 등을 소재로 활용한 패션으로
암울한 감정을 토로했어요. 블랙과 음침한 분위기, 창백한
피부에 짙은 메이크업, 해골과 십자가 메탈 액세서리가 대표적인 특징이었죠. ‘고스 문화’가 릭 오웬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릭 오웬스가 완벽하게 고딕 패션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릭오웬스는
‘죽음’이나 ‘어둠’같은 키워드가 연상될 만큼 우울하지도, 음산하지도 않죠. 본래 고스 문화가 가졌던 장식적인 맥시함, 즉 ‘유령’, ‘망령’ 등의
소재를 과감히 축소시켰기 때문인데요. 단절되고 억눌린 사회를 반영한 고독한 이미지를 제거하고, 19세기 퇴폐미를 향한 로맨티시즘과 초현실적이고 지적인 이미지를 채택한 탓이죠. 릭오웬스는 무채색을 활용하여 미니멀하면서 구조적인 미학을 강조합니다. 고스 문화의 맥시함은 절제하여 특유의 자학적인 감성도 보이질 않죠. 바닥에
음산하게 깔려만 있을 것 같은 ‘블랙’과 ‘어둠’을 정제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 릭오웬스는 그저 소재에 대한 탐구와 무채색의 조형미로 구현됩니다. 고스문화의
흔적이 묻어있지만 그들의 작품이 그저 미학적으로 보이는 이유. 이처럼 고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일상에서도 소화 가능한 우아함을 부여했다는
점이 바로 릭 오웬스만의 개성입니다. 신체의 특징을 섬세히 파악하고 몸선에서 읽어낼 수 있는 섬세한 굴곡들의
삭제와 개방을 조절하여, 자칫하면 어색하고 과하게 보일 수 있는 지점들을 중화해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죠. 가령 무광택의 가죽을 엄선하여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으면서도 견고한 이미지를 주거나, 반대로 경직된 실루엣엔 피부가 비치는 은은한 원단을 덧대 온화한 느낌을 더하는 식입니다. 대비 요소를 과감하게 융합하니 이처럼 특별하고 오묘한 아우라가 풍겨져 나오네요. # 기기묘묘한 모더니즘의 연장선 릭 오웬스는 ‘중심 소재’를 기준으로 총 4개의 라인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릭오웬스가 가장 잘 다루는 ‘레더’
소재의 아이템을 선보이는 중심 라인인 ‘Rick Owens(릭 오웬스)’와 데님 라인인 ‘DRKSHDW(다크 쉐도우)’, 실크가 활용한 저지 소재 아이템들을 선보이는 'LILIES(릴리스)', 그리고 퍼 소재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최고급 라인인 'PALAOS ROYAL(팔레로얄)'까지 총 네 개의 라인으로 구성되죠. 또 주목해야 할 사실은 릭오웬스는 패션뿐 아니라 가구 분야에서도 현세대 디자이너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 파리로 이사를 하며 자신의 집을 꾸미는 데 고가의 가구를
살 여력이 없어 거친 자연 소재를 활용하여 직접 가구를 제작한 것이 시작이죠. 대리석, 모피, 나무 합판, 캐시미어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들의 조합이 그의 패션 철학과 닮아 있어요. 위의 이미지는 가장 최근에 진행한 2021 청동 가구
컬렉션인데요. 가구에서도 릭오웬스 특유의 다크한 취향이 물씬 드러나죠.
한눈에 보기에도 일반적인 가구로 보기 어려운 디자인들. 마치 현대 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아요. 청동 조각을 통해 제작된 컬렉션은 미니멀리즘과 모더니즘을 결합하여 다양한 질감으로 마감한 것이
특징. #2022 SS Ready To Wear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의 중앙 분수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30m가
조금 넘는 석상 위에 서 있는 두 명의 모델들은 공기 중으로 말린 자스민 잎사귀를 흩뿌렸는데요. © Rick Owens | Spring Summer 2022 | Full Show 다른 세기의 어떤 외딴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이번 컬렉션.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블랙 사이하이부츠, 독창적인 형태로 솟은 과감한 숄더, 인체의 아름다운 곡선을 드러내는
드레이핑 원피스 위에 걸쳐진 위엄있는 망토, 소매를 뜯어낸 듯한 실루엣의 블레이저 등을 입은 모델들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것 같은 사이버틱 전사들 같았죠.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도 자신이 정립한
‘미(beauty)’의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노력을
가했다고 하는데요. “가치 있고 사람들이 사고 싶어할 만한 특별함이 깃들어 있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다른 데서는 결코 보기 힘든 것들이죠. 저는 알아요. 이것이 옳다는걸요. ” - 릭 오웬스 - 비록 난해하고 전위적인 옷들이지만, 보편적인 패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함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릭오웬스
22spring summer 패션쇼를 보고 스타일이고 하한슬 아티스트가 픽한 룩들을 아래에서 감상해 보시길. 사막을 배경 삼아 걸어 나오는 전쟁의 여신이 연상됩니다.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이 상상되네요. 시크한 블랙 컬러를 활용하되 원단을 믹스 매치했어요. 드레스가 시어한 소재라 이너로 매치한 바디수트의 윤곽이 은은하게 비치는 것이 매력적이죠. 과장된 넥과 드레스의 맥시한 기장이 눈에 띕니다. 이런 구조적인 실루엣에 덧댄 레더 글러브의 지퍼 디테일이 릭오웬스스럽게 재미있어요. 이 레더 글러브를 언밸런스하게 한 손에만 착용하고, 다른 손으로는 클러치 백처럼 들고 있는 스타일링 또한 눈여겨보면 좋을 듯 합니다. 불완전한 디스토피아가 존재한다면 거기서는 이런 옷을 입을까요. 비대칭적으로 얽혀있는, 온몸을 휘어감은 니트는 릭 오웬스의 감성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여러겹의 니트를 칭칭 감아 늘어뜨린 게 정말 멋스럽습니다. 글래디에이터 무드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니트의 데미지 디테일 사이로 살짝씩 모습을 드러내는 이너도 중성적이면서 섹슈얼한 느낌을 자아내네요. 멀멀한 컬러인 ‘화이트’가 파워숄더 자켓과 맥시한 스커트의 과장된 실루엣을 만나 진가를 발휘하는 중.
여기다 과장된 숄더와 지퍼 디테일이 가미된 넥까지, 릭오웬스의 시그니처 포인트를 간직하면서
또 다른 변주를 보주고 있어요. 자켓과 맥시스커트에 약간의 컬러 변주를
주고, 스커트와 같은 컬러의 플랫폼 슈즈로 시선이 매끄럽게 떨어질 수 있도록 마무리했네요. 릭오웬스가 사랑하는 커팅 파워숄더 블레이저로 특유의 시크한
스타일을 연출한 것이 관전 포인트. 마치 슬리브리스 블레이저에 암워머를 매치한 듯 보지만, 실상은 어깨 부분만 오픈되어 있는 유니크한 블레이저죠! 올 블랙으로 네트 바디수트와 맥시 드레스의 조합이 섹시한 느낌을 선사해 줍니다. 우아한 곡선 위에 날렵한 블레이저를 더하니 중성적인 룩으로 변하는 재미. 여기다 악세사리 선글라스까지, 시크한 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가 여기저기 숨겨져 있네요. 갯벌의
흑탕물로 물들어 가는 듯한 느낌. 화이트에서 브라운으로의 그라데이션이 흥미롭습니다. 레더 소재와 시어한 소재가 믹스된 이 블루종이 포인트 아이템이네요! 넥 부분에 라이닝 원단이 밖으로 오픈된 것은 역시나 의도된 디테일. 마지막으로 볼드한 브라운톤 미러 선글라스로 세련되게 마무리 지었어요. 광택이 흐르는 게 스타일리쉬함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 우리 또한 파격적인 영혼의 소유자임을 릭오웬스는 런웨이에 전문 모델이 아닌 댄서들을 올리거나, 락 밴드와 함께해 무대를 콘서트장으로 꾸미는 등 여러 독특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2002년 i-D 매거진 화보에서는 지하실에서 소변을 보는 자신을
모습을 담아내거나, 2008년 SS 시즌 캠페인 화보에서는
자신의 목을 잘라내는 이미지를 삽입하기도 했어요. 릭 오웬스는 이런 괴이한 습관이 곧 자신이며 본인의
컬렉션 또한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정상은 아니다’고 말할 만한 릭오웬스. 평소
서브컬처에 남다른 애정을 표하는 릭오웬스의 철학이 더욱더 궁금해지는 순간인데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암묵적으로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그가 출간한 책 <레가스피>도 읽어보고 싶어요. 옷뿐만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그의 작품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릭오웬스를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길. 이번
이고진을 통해 여러분 또한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숨겨진 열망을 발견해 보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EDITOR: 허아란, 스타일이고 아티스트 하한슬 DESIGNER: 황예인, 유현상 메인이미지 © VOGUE RUNWAY September , 2021 패션, 향기, 음악, 그리고 몇몇 잊을 수 없는 공간들. 당신의 취향을 만들어줄 단 하나의 뉴스레터 EGOZINE. Find your style ego. 오늘 EGOZINE은 어떠셨나요? 피드백을 주신 구독자 분들 중 매달 한 분을 선정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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