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영화, 판타지 소설, 판타지 웹툰, 모든 유형의 판타지를 사랑하는 저는 패션도 판타지스러운 게 좋나 봅니다. 오늘은 에디터의 사심이 가득 들어간 브랜드 하나를 소개해 드려요. 그 이름하여 시몬 로샤(SIMONE ROCHA), 어감부터 낭만 가득한 브랜드입니다.

시몬 로샤는 꿈, 판타지,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합니다. 감상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기 때문에 꽃을 비롯한 자연의 모든 몽환적인 분위기가 짙게 묻어 나오죠. 일러스트가 아름다운 웹툰을 계속 찾아보는 것처럼 시몬 로샤 또한 컬렉션을 지켜보게 되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눈으로만 읽어도 즐거운 그림책 같은 레터가 되었으면 해요. 언젠가 시몬 로샤의 옷을 본다면 동화 속의 공주님을 본 것 처럼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말이죠.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후 2010년, 첫 번째 컬렉션을 선보인 시몬 로샤. 런칭 6년 만에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의 올해의 디자이너상 및 하퍼스 바자의 디자이너 상을 받은 천재 디자이너죠. 그녀의 이름을 따 만든 브랜드, ‘시몬 로샤(Simone Rocha)’는 자연, 역사, 아일랜드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로맨틱하면서도 시크한 패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풍성한 볼륨 실루엣, 독특한 소재, 그리고 섬세한 진주 주얼리가 바로 그 시그니처.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이라는 배경은 그녀의 작업물에 꾸준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아일랜드의 풍부한 역사라든지,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 문화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환경, 수공예가 무척 발달한 나라라는 사실 등, 이 모든 것은 영감이 되었습니다. 아일랜드 특유의 낭만주의를 다양하게 변주한 패션 스타일을 자기만의 색깔로 가져가게 됩니다. 패션 매거진 ‘데이즈드’ 인턴을 마친 그녀는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석사 과정에서 컬렉션을 발표하는데, 이것이 그녀가 진정으로 패션업에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됩니다.

런던을 시작으로 전 세계 패션계에 로맨틱한 환상을 가득 전한 시몬 로샤(Simone Rocha)는 드라마틱한 볼륨의 매력적인 실루엣과 로맨틱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요. 현재는 ssense 등 전 세계의 유명 편집숍에 입점하면서 세계 곳곳에 브랜드를 알린 모습이죠. 

“누군가의 판타지를 채울 수 있으면서도 현실적인 삶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

어린 시절 아일랜드에서의 풍성한 추억이 시몬 로샤의 무기. 아일랜드 서쪽 해안가에 자리한 세 개의 아란 섬 (Aran Islands) 지역 사람들이 옷을 입던 역사적인 배경, 좋아했던 모란 꽃, 그리고 어린 시절 학교 유니폼까지 그 모든 것들이 영감이에요. 이들을 요리조리 잘 더하되, 대조적인 밸런스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가령 과거 전통적인 남성상과, 전통적인 여성상을 마구 조합해버리는 식인데요. 가령 튈(Tulle)이나 레이스 등 비치는 소재와 단단한 하드 소재 등 서로 다른 질감을 중첩시키는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여기에 마무리로 수공예적인 디테일과 현실에서 입을 수 있게 하는 컨템포러리 기술을 합치면, 끝. 그야말로 시몬 로샤 표 모던한 낭만주의가 탄생합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고전적이지만, 반대로 캐주얼한 운동화와 함께 입어도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죠.

시몬 로샤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업들은 브랜드 내부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뜻밖의 브랜드와 함께 작업한 전례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H&M과 몽클레어(Moncler).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대조적인 이미지의 두 브랜드가 만나 어우러진 시너지는 굉장했습니다.

H&M X SIMONE ROCHA

2021

H&M과 시몬 로샤의 2021 콜라보. 당시 반응이 뜨거웠죠. 고작 몇 분만에 품절돼 버렸으니까요. 시몬 로샤는 전 세계 폭넓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오랜 팬들에게 새로움을 안겨주고자 했다는데요. 

확실히 기존 시몬 로샤의 컬렉션에 비해 접근 가능한 가격, 캐주얼한 맛이 들어간 디자인이 엿보였습니다. 진주 및 보석 장식과 시스루 소재, 주름 디테일로 시몬 로샤 특유의 로맨틱한 무드가 가미된 모습. 특히 소재 특성을 살린 퍼프 슬리브가 드레스와 코트 곳곳에 더해져 눈길을 끌었던 컬렉션이었어요.

MONCLER X SIMONE ROCHA

2019

몽클레어와의 콜라보라니! 몽클레어는 그토록 실용성을 중시하는 브랜드인데 시몬 로샤와 합이 잘 맞았을까요. 실제로 함께 협업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서로에게 최적의 협업 방법을 찾기 위해 학습하는 기간을 가졌다고 하죠. 시몬 로샤 같은 경우 전통적인 아틀리에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반면, 몽클레르는 스포츠 웨어 쪽이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을 굉장히 중요시했기 때문이에요. 다행스럽게도 몽클레어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시몬 로샤의 또렷한 개성을 잘 이해하고 맞춰줬다고 이야기해요.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몬 로샤의 우아함을, 보다 스포티하고 액티브하게. 그리고 기능적인 요소까지 더한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텐트를 연상케 하는 조형적인 실루엣의 아우터를 섬세한 드레스나 스커트 위에 믹스매치하고, 드로스트링 장식을 더하여 섬세하지만 안전하게 보호받는 느낌을 연출했네요. 

작년 9월 18일 일요일, 시몬 로샤의 2023 SS 컬렉션이 열렸습니다. 조금 독특한 장소에서요.‘올드 베일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중앙형사재판소(The Old Bailey, the Central Criminal Court of England and Wales)에서 열린 컬렉션. 이 근엄한 공간 속에서 여왕, 신사, 군인, 신부, 거리의 청년 등 지극히 영국적인 요소가 담긴 디자인의 피스들이 차례로 등장했습니다. 

시몬 로샤가 런웨이에서 최초로 남성복 컬렉션을 함께 선보인 날이라 더욱 특별합니다. 시몬 로샤의 상징적인 진주 디테일은 프릴 스웨터 베스트, 빅 백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 모습. 보머 재킷을 입은 남성 모델에게 신부의 베일을 연상케 하는 티어드 디테일의 헤드기어를 씌우거나, 뷔스티에와 밀리터리 카고 팬츠를 믹스 매치한 재미도 있던 볼거리 쏠쏠한 컬렉션이었습니다. 몇 가지 룩을 함께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