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스. 라틴어로 ‘태우다’라는 뜻에서 온 인센스는 태우면 향이 나는 것들을 지칭합니다. 과거에는 종교적인 쓰임만 있었으나, 지금은 가정집에서도 가볍게 즐기는 작은 취미문화로 자리 잡았죠. 우리는 이제 절이나 성당에서 느꼈던 고요한 편안함을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얼마 전 캠핑을 가서 종이를 태우면 향이 나는 ‘페이퍼 인센스’를 처음 사용해 보았습니다.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불멍도 좋지만, 서서히 퍼져가는 차분한 인센스 향은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발향 되는 순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천천히 타들어 가는 연기와 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깊은 숲속에 자리한 절에 방문한 것만 같아요. 

무형의 매력이 시각화되는 시간. 언제 어디서나 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인센스 사용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에요.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용하지 말 것, 또한 재가 떨어질 경우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접시나 받침대를 이용하는 것은 기본. 좋은 문화를 오랫동안 누리기 위해선 올바른 태도가 필요하죠. 부디 잊지 마시길.

살랑이는 몸짓,

애틋한 의지를 가진 미소,

바람에 춤추는 꽃 같더라고.

일본과 향을 좋아한다면, 이 브랜드의 이름쯤은 한번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이름하여 훈옥당(薫玉堂). 1594년, 창업자인 오우노 리에몬이 일본 교토의 청수사에 향을 납품하면서 만들어진 브랜드입니다. 훈옥당은 각 시대의 의식이나 일상의 향기를 만드는,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향 회사가 되었어요.

4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훈옥당 이지만, 2016년엔 교토의 정경을 표현한 향을 앞세워 ‘현대의 생활에 맞는 일본의 향기’로 리브랜딩을 한 모습입니다. 훈옥당에 대대로 전해져오는 조향장(향의 레시피)을 토대로 지금까지 만들지 않았던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거죠. 천연 향료를 중심으로 전통 조향 레시피를 해석한, 더 나아가 현대의 생활에도 부담 없이 스며들 수 있는 그런 향 말이에요. 가령 도쿄라는 도시가 겪어온 시대의 흐름을 향으로 표현한 캔들이나 프래그런스 오일.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인센스 같은 제품군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리브랜딩을 거쳤지만 이들의 핵심은 여전합니다. 바로 장인의 기술. 향의 원료는 식물성 천연향료이기 때문에, 매입할 때마다 같은 향일 수는 없다고 해요. 그러나 훈옥당이 만드는 상품의 향은 언제나 같은 향을 풍겨야만 한다는 철학이 있죠. 그렇기에 언제나 같은 향을 풍길 수 있도록, 훈옥당의 장인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그 시기에 매입한 원재료나 그 시기의 계절, 날씨, 습도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배합이 되도록 조정하는 것이죠. 아, 물론 향료의 조합 표는 시대를 걸쳐 기업 비밀로 철저히 지켜지고 있답니다.

아무 생각 마, 그저

복숭아나무 그림자

따라 걸어보자

탐스럽고 달콤한 복숭아를 유칼립투스가 부드럽게 껴안아주는 스토리. 묘한 이끌림을 선사하는 머스크 향입니다. 코끝을 스치는 포근한 봄바람에, 여운을 남기는 복숭아 향과 차분한 우드 향이 더해져서 깊은 울림을 선사해요.

앞서 소개한 체리블로썸처럼 만개한 벚꽃 느낌은 아닙니다. 그보단 듬성듬성 피어있는 단정한 복숭아꽃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이 정도의 은은한 달콤함은 불호가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가끔은 이런 신비로운 무드를 즐기고 싶은 날이 있으니.

아스티에 드 빌라트 - 빌라 메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