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와도 향기는 메마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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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19.

EDITOR'S LETTER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면 온몸을 껴안아주는 따뜻한 공기를 기대하게 되는 요즘. 창 틈새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더욱 낯설게 느껴져 두터운 이불로 바꾸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셔보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공간에 남아있는 선선한 공백이 쉽게 채워지지 않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포근한 향기. 불붙은 향초 하나면 금세 공간을 일렁이는 불빛과 아늑한 온기로 채울 수 있습니다. 또한 어지럽게 흔들리는 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러분의 마음까지 고요의 상태로 들어선 것을 느낄 수 있을 터.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캔들 패키징은 그 자체로 인테리어 오브제로도 제격. 지금 시점에 딱 즐기기 좋은 겨울 캔들 3가지를 소개합니다.

1. EX NIHILO Bouquet Mystique

백색의 서리들은 산등성이 따라 자욱하게 쌓이고

굽이치는 마음은 그렇게 설산을 헤매었다

‘무(無)에서부터’라는 뜻의 라틴어 브랜드명에 걸맞게 전례 없는 혁신적인 향을 제조하는 브랜드, 엑스니힐로(EX NIHILO).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탄생한 명품 향수 브랜드에요. 그 이름 따라 전통적인 향수 제조 방식이‘프랑스의 아방가르드’를 지향하여, 전 세계 최상위 고객을 위한 초고급 향수를 선보이고 있어요. 개개인의 취향을 완벽히 반영한, 맞춤형 향수 제작 서비스인 ‘오스몰로그(Osmologue)’로도 유명합니다.

향을 개발하는 광정에서 조향사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해요. 자율권을 부여하여 보다 독창성 있는 향수를 제조하기 위함이죠. 그래서 엑스네힐로의 조향사들은 세계 신진 예술가나 장인들과 자주 협업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한정판 컬렉션에 예술가의 서명과 번호를 부여해 소장 가치를 높이죠.

엑스니힐로의 캔들 컬렉션, ‘센티드 홈 캔들’에선 엑스니힐로의 제작자들이 상상한 파리의 후각적 보물들을 향으로 표현했습니다. 특정 추억이 담긴 시간, 공간,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 5종의 캔들을 출시했어요. 그중 이 엑스니힐로 부케 미스틱은 겨울 정원에서 느껴지는 미스터리하고 은은한 꽃의 향기를 표현한 화이트 캔들이죠. 고급스러운 순백의 보틀이 정말 귀족 정원에서 볼법하지 않나요?

겨울 정원에서 흘러나오는 은방울꽃 노래. 귓가를 간지럽히는 천사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오늘과 같이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새하얗게 만든 숲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 터.

향수 못지않게 탑, 미들, 베이스 향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재미, 짙고 인위적인 향을 피하고 싶은 분들에게 베스트 초이스가 될 것. 깨끗하고 아름다운 순백의 꽃처럼 하얗고 멀끔한 모습은 인테리어 요소로도 손색없습니다.

2. D.S & DURGA Holy Ficus

지중해 바다 위를 가로질러온 바람, 그 위로

붉게 영글어있는 조각난 잎사귀 하나

뉴욕 브루클린 감성의 니치 향수 브랜드 디에스앤더가(D.S.&DURGA). 창립자인 ‘David Seth(DS)’와 ‘Kavi(Durga)’의 이름을 조합하여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프리미엄 원료만을 활용해 비밀스럽고, 희소성 있는 극소량의 향수와 캔들을 인하우스에서 만들죠.

디에스앤더가는 음악, 그림, 문학 등 예술의 장르를 넘나들며 향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살아 숨 쉬는 향기’를 제작하겠다는 브랜드 컨셉을 지향합니다. 탐험가, 상류 계급, 개척자, 작업실, 카우보이 등 다양한 소재로부터 영감을 받아 다채로운 향을 출시하고 있어요. 패키지는 투명한 바디에 각각의 향기를 연상시키는 일러스트가 돋보이는데, 이는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디에스앤더가만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지금 소개해 드리는 이 ‘홀리피커스’는 부부 디자인 팀 데이비드 카피(AKA Durga)의 브루클린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들어진 캔들입니다. 레진, 플랜트 오일 등 프리미엄 향수 성분을 사용하여 수작업으로 제작된 고급 향초에요. 니치 캔들에 관심 많은 분들이 도전해 보면 좋을 만한.

카더멈, 샤프란, 진저가 섞인 스파이시 아로마 계열의 향이 특징. 무화과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이국적인 향은 여러분의 평범한 일상을 판타지적인 감각으로 물들여줄 터. 만신창이가 된 심신을 위로해 주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깊은 꿈속으로 빠지기 전 이 '홀리피커스'로 하루의 끝을 마무리해보시길.

3. DIPTYQUE Baies

마음속 장미 한 송이

봄으로 물들어 갈 때면

그제서야 사랑이 왔음을 알았더랬다

우리가 잘 아는 딥디크, 1960년대 당시 파리 생제르맹 가 모퉁이의 작은 ‘페브릭 상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장을 장식하기 위해 비치해 놓은 오브제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다고 해요. ‘페브릭’ 대신 비매품이었던 장식용 전등 같은 오브제들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딥디크 공식홈페이지

이를 계기로 딥디크의 운영 방향은 바뀌게 됩니다. 페브릭을 그대로 주 상품으로 가져가되, 페브릭과 어울리는 오브제들도 함께 판매하기 시작한 거죠. ‘편집숍’의 개념이 생소했던 시기라, 전 세계 장인들이 만든 특이한 오브제를 팔았던 딥디크는 파리 가이드북에도 소개되는 등 단숨에 핫 플레이스로 성장했습니다.

오브제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영국식 포푸리’였는데요! 얇은 천주머니에 담긴 말린 꽃이에요. 부드러운 꽃향기를 퍼뜨리면서 인테리어용으로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죠. 포푸리가 열불 나게 팔리는 행태를 보면서 딥디크에게 향초 제작 문의가 들어왔고, 딥디크는 그때부터 향초를 만들게 됩니다.

꾸준히 향초를 제작하던 딥디크, 세계적인 브랜드로 급부상하게 된 계기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 그들의 제품이 방영되면서부터죠. 지금 소개해 드리는 이 딥디크 베이(Baies)향초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캐리 브랜드쇼가 자기 전,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시간에 쓰는 모습이 드라마에 담기면서 순식간에 핫해지죠. 페브릭에서, 편집숍, 그리고 향초 브랜드로서의 성공까지. 많은 변화의 여정이었지만 뛰어난 미적 취향과 예술적 감성을 지닌 딥디크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아직까지도 온전히 제 빛을 뽐내고 있습니다.

딥디크에서 인기 많은 향이죠. 개인적으로는 아이유의 노래, ‘비밀의 화원’이 생각나는데요! 코튼 향이 주이기 때문에, 포근하고 따뜻한 겨울에 안성맞춤. 장미와 블랙커런트 잎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묵직한 잔향을 남깁니다. 타 캔들과는 다르게 다소 저렴한 가격대니 캔들에 처음 도전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EDITOR: 허아란

DESIGNER: 황예인, 유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