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찰나의 햇빛이 반갑게 느껴지는 요즘. 습한 날씨에 사람 많은 곳은 피하게 됩니다. 이럴 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동네에 방문해 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에요. 그런 동네는 이리저리 치여가며 목적을 가지고 앞으로만 나아 가기보단,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좀 더 느긋한 보폭으로 걸을 수 있거든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약수동’.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들이 숨겨져 있는 동네입니다. 입소문을 타지 않아 인파로 북적이지도 않고요. 오늘 EGOT에서는 컨셉있는 레스토랑, 보기 힘든 논커피 카페, 그리고 감각적인 가구 숍까지, 조용히 다녀오기 좋은 약수동 공간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한 여름 날, 이곳에서 뽀송한 데이트를 즐겨보시길.

싱가폴 음식을 베이스로 한 퓨전 레스토랑, ‘키친 시옥’을 먼저 소개해 드립니다. 싱가포르에서 맛있다는 감탄사 ‘시옥’에 옳을 시(是), 집 옥(屋)이라는 뜻을 담았어요. ‘맛으로 옳은 집’이 그들의 신념. 그래서인지 키친 시옥에서는 다양한 퓨전 음식들과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싱가폴 현지에서 먹던 치킨 라이스, 로띠 프라타, 락사, 바쿠테를 넘어서 키친 사옥만의 시그니처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커피는 이미 마셨거나 마시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다른 음료를 마시고 싶은 날. 그럴 때 방문하기 좋은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파오리’. 논커피 메뉴에 대한 개인적인 갈증에서 시작된 작은 음료 가게입니다. 논커피 음료를 추구한다는 취지에 맞게 다른 곳에서 흔히 먹어본 적 없는 특별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죠. 오로지 그 컨셉만으로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한 곳입니다.

약수와 버티고개 사이, 작은 라이프스타일 쇼룸이 있습니다. 살짝 녹슨 메탈 캐노피 아래의 유리문을 발견하셨다면 잘 찾아오신 거예요. 그곳은 바로 모듈 가구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 ‘2UC’의 쇼룸. 간결한 실루엣과 모던한 디자인의 가구가 넘쳐나는 곳이죠. 건물 전체가 쇼룸뿐만 아니라 카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쇼룸은 1.5층과 3층이지만,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구석구석 감각적으로 배치된 가구들을 구경할 수 있어요.

날씨가 습하면 찾게 되는 밴드가 있습니다. 타이베이의 로맨틱 팝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 대만에서는 국내 밴드인 혁오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실제로 발매된 앨범 중에선 혁오의 보컬인 오혁이 피처링에도 참여하기도 했었죠. 소소하게 시작한 이 밴드는 이제 중국, 일본의 여러 페스티벌과 북미 그리고 유럽 투어의 헤드 라이너로 이름을 올리며 진정한 스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소울, R&B, 미국의 락, 일본 시티 팝, 그리고 펑키 재즈의 기교, 가시지 않는 구슬픈 감정까지. 타이완의 아열대성 해변으로 흘러 들어온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아우르는 것이 이 밴드의 특징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노래, [I’m a fish]도 그래요. [I’m a fish]는 편안함과 모던한 사운드, 귀티가 줄줄 흐르는 고급스러운 재즈 선율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대부분 영어로 노래하던 이들이었으나, 이 앨범에서는 모국어로 노래하였다는 점도 독특하죠. 아날로그 색채에 색소폰 라인이 추억을 상기하듯, 스마트폰보단 MP3로 듣고 싶은 노래입니다. 궁금증을 가지고 들어봐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