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간 적이 없었을 적에도, 어쩐지 ‘일본’이라는 단어에서는 고소한 향이 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단순히 ‘지브리’ 혹은 ‘벚꽃’의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그 단어 속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 그것은 다름아닌 의도치 않게 배어버린 ‘친근함’의 냄새였습니다. 주위에 애증의 노란빛이 퍼져나갈 것 같은 그런 향이요. 아마도 그 이유는 말들 참 많지만, 일본이 우리와 가까운 옆 나라이기도 하고 교류도 제일 많은 존재라는 사실 때문일 겁니다.

다정한 술과 정갈한 안주를 내어주는 이자카야의 본고장 '일본'이 그리워지는 여름이라면. 그렇다고 당장 일본으로 떠나기는 어려운 분들을 위하여 오늘 EGOZINE에서는 서울 샤로수길 속 일본 무드가 물씬 느껴지는 공간을 모아봤습니다. 일본을 좋아하신다면 네이버 맵에 아래 리스트는 꼭 저장해두길 바라요. 든든한 한 끼와 디저트까지 즐기고, 마지막으로 알딸딸하게 취하는 어느 황홀한 여름밤이 되길 바라며.

샤로수길의 한 구석진 골목. 일본어로 커다랗게 장식된 간판을 찾으셨다면 잘 찾아오신 겁니다. 고소한 일식 라멘을 맛볼 수 있는 곳, ‘멘쇼우 라멘’이에요. 대표 라멘인 돈코츠 라멘 뿐만 아니라, 이곳의 또다른 시그니처인 쿠로 라멘을 맛볼 수 있어서 입소문을 빠르게 탄 곳이죠. 두 개의 이인용 테이블과 긴 테이블이 존재하는 작은 식당 내부이지만 이곳만의 라멘을 맛보러 방문하는 이들로 매번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일본 좋아하는 사람이면 두 번 이상은 방문하게 되는 카페, ‘티룸 유메’. 작은 카페이지만 항상 손님으로 붐비는 푸딩 맛집이에요.  좁은 공간 속에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일본 감성의 인테리어는 조용히 취미거리 나누기 좋은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협소한 내부는 오히려 그 아늑한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데, 특히 안쪽 벽에 걸려있는 여러 고양이 사진, 그리고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귀여운 인형들은 방문자들로 하여금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지요.

일본 현지 느낌 제대로 나는 바를 찾고 계셨다면 ‘키요이 오뎅바’를 추천합니다. 다양한 오뎅과 술을 판매하는 이곳은 공간이 협소하여 몇 좌석 없지만, 그만큼 일본 특유의 촘촘하게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매장 외관부터 내부 소품, 포스터 하나하나까지 일본 거리의 가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달력, 티비 방송, 그리고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최신 j-pop 음악까지, 정말 일본이라고 지칭해도 무방할 정도예요.

저는 도시의 한 여름 밤을 좋아합니다. 확실히 낮보다는 덜 덥기도 하고, 이슬을 머금은 듯한 습기가 은근하게 포근히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어제는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문득 시티팝을 듣고 싶었습니다. 홀린 듯 틀게 된 음악이 바로 이 노래에요. ‘ADOY’의 ‘Grace’. 매 여름마다 유튜브 인기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곡이지요. 혹여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분이 있을까 봐 소개해 드립니다.

아티스트 ‘ADOY’는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우리나라의 인디밴드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Grace’라는 곡은 80년대 일본의 시티팝 감성을 재해석한 명곡으로 손꼽히죠. 힘을 빼고 노래하는 보컬 기법에 리버브가 걸려있어 몽환적인 느낌이 전해지는데, 이것이 흩뿌리듯 나른하게 퍼져나가는 밴드 사운드와 입체적으로 어우러진 것이 특징입니다. 이 이국적인 결합은 ‘더위에 찌든 퇴근 길’을 ‘낭만 넘치는 여름 저녁의 퇴근길’로 바꿔줄 겁니다. 오랜만에, 혹은 처음 듣는 설렘을 가지고 들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