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있는 사람들은 옷을 입을 때도 비비드 컬러를 잘 활용하지요. 옷 잘 입는 인상을 남기고 싶을 때, 대비되는 비비드 컬러를 매치하는 방법이 꽤나 요긴합니다. 홀로 두면 어색해 보이지만, 여럿이서 함께하면 또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비비드거든요.

반대되거나 보색 관계에 있는 컬러들을 과감히 매치하기, 처음엔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시작은 액세서리부터. 톡 튀는 비비드 컬러의 액세서리는 단조롭고 진부한 룩에 변주와 활기를 넣어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줍니다. 혹은 아이섀도 같은 메이크업, 네일로 비비드 컬러를 추가해 줘도 느낌은 쏠쏠합니다. 컬러의 대비가 눈에 확연히 보여 가시성이 좋거든요. 클럽이나 파티 등 돋보이고 싶거나 임팩트를 주고 싶은 때에 도전해 보면 좋겠네요.

구찌의 올해 FW 컬렉션. 누구나 다 아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는데요. 아디다스의 시그니처인 트레포일 및 쓰리 스트라이프를 적극 디자인에 차용한, 재밌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아이템들을 소개했습니다.

이 룩은 특히 재밌는데요. 옐로우 브라운 톤의 벌키한 퍼코트 자체만으로 유니크합니다. 같이 매치한 바디수트의 섹시함을 더 부각 시켜주는 역할을 아주 톡톡히 잘 해주고 있어요.

그러나 관전 포인트는 블루톤의 롱부츠와 코트의 보색 컬러매치. 만약 부츠의 컬러가 블랙 혹은 어두운 컬러였다면 어땠을 까요. 전반적으로 진부하고 심심해 보였을 겁니다. 옐로우와 보색 관계에 있는 블루 컬러를 과감하게 넣어줌으로써 룩이 훨씬 아이코닉해졌어요. 생기가 생긴 느낌이랄까.

“지난 2년의 팬데믹 기간 동안, 종종 하늘의 별을 보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아주 멀리 덜어진 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어요.”

MSGM의 디자이너, 마시모 조르제티는 밤 하늘의 별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는데요. 모티브가 된 별은 프린트, 디테일, 그리고 컬러로 드러났습니다. 이 룩에서는 밝게 빛나는 옐로우 컬러로요.

까만 밤 배경은 강렬한 코발트 블루톤의 에나멜 코트로 연출했습니다. 컬러, 질감 모두 강렬해서 멋스러운 코트입니다. 옐로우와 블루, 아무래도 보색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더욱 개성 있어 졌어요. 상하의 통일감으로 밸런스를 맞춰주면서도, 아우터는 보색으로 임팩트를 준 깔끔하고도 재미있는 서사.

비비드 컬러를 즐기고 싶으면서도, 어울리지 않을까 봐 겁이 난다면. 안전한 방법이 있습니다. 굳이 다른 컬러와 섞지 않고 한 가지로 쭉 통일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하나의 컬러만을 활용하는 것을 패션에서는 주로 ‘원 컬러’라고 칭하는데, 발랄하면서도 복잡하지 않아 산뜻한 매력을 주는 것이 특징이지요. 평소에 어떻게 입냐, 물으신다면 글쎄요. 저는 같은 컬러 그러나 소재가 다른 아이템들을 위아래 셋업으로 연출해 입기도 합니다.

발렌티노의 ‘핑크’는 특유의 에너지와 함께 버무려져 더욱 매력적인 색감을 자랑합니다. 디자이너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이번 시즌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비비드 핑크’와 ‘블랙’만을 활용해서 컬렉션을 꾸렸는데요. 총 81벌의 룩이 등장했지만 오직 핑크와 블랙만을 만나볼 수 있었다고.

맥시한 핏의 오버핏코트를 비비드한 핑크 컬러로 맞춰준 게 정말 매력있죠. 코트 전판에 리본 형태로 여민 스타일링이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소매로 손을 덮어 최대한 다른 컬러를 배제하면서, 실루엣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스타일링. 이렇게나 강렬하네요. 고급스러운 형태와 강렬한 존재감, 그 외 다른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걸 당최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디젤, 요즘 정말 핫하지요. 브랜드 ‘와이 프로젝트’의 글렌 마티스가 디렉팅을 맡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Y2K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국내외 막론하고 패션 씬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봤던 발렌티노와는 느낌이 조금 다른데요. 무거운 패션 아이템이 아닌, 비교적 캐주얼한 아이템들이기 때문이죠. 폴라, 후드, 그리고 원피스가 비비드 컬러와 만났어요. 상의에 드레이프가있는 스커트가 결합된 형태이지만, 원톤으로 맞춘 덕분에 이러한 믹스매치가 그저 자연스럽고 스타일리시하게 보이기만 합니다.

패션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난한 선택지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겁니다. 가령 톡, 튀는 비비드 컬러 하나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처럼요.

컬러 하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아이템들은 블랙과 화이트 등 모노톤으로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해요. 그러나 일반적이라고, 무난하다고 그것에 절대 멋스럽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특히 블랙을 배경 삼아 비비드 컬러를 포인트 삼았을 때는. 선명함을 더욱더 깔끔하게 부각시키고, 묵직한 배경은 룩을 더 고급스럽게 보이게 해주는 마법이 펼쳐지죠.

남녀 불문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젠더리스 스타일을 선보이는 브랜드, 라프 시몬스. 그들의 컬렉션을 보면 ‘특정 성별에게만 잘 어울리는 컬러란 애초에 없다’라고 전하는 듯한데요. 가령 도심 풍경을 묘사한 옐로우 프린팅 티는 모던하지만, 강렬한 비비드 컬러로 인해 중성적인 느낌.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티, 프린팅 없는 깔끔한 무지 티도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컬러 포인트가 있는 아이템은 창의적이고, 무언가 자유롭고 스포티한 매력을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틀에 박힌 사고 따윈 지겨워하는 사람들이 입을 것 같다고나 할까요.

스트리트 웨어를 런웨이로 격상시킨 오프화이트의 설립자, 버질 아블로가 암 투병 끝에 작년 11월에 41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죠. 이번 컬렉션은 그의 유산과 업적을 기리며 총 80벌이 넘는 의상이 등장했습니다.

버질 아블로의 디자인에는 항상 위트와 유머가 섞여 있습니다. 마치 이 비비드한 그린 컬러의 폴라티가 즐거움과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처럼요. 일단 블랙으로 통일해 보세요. 다음으로 손이 가는 게 화이트 삭스, 화이트 폴라 티, 화이트 백 일지라도, 오히려 주저하게 되는 아이템을 골라봅니다. 혼자 튈지라도.

저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비비드 컬러에 매료됐습니다. 주인공 '천송이'역의 전지현이 입고 나온 강렬한 레드 코트가 어찌나 멋스럽게 느껴지던지. 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이였지만, 천송이를 따라 오렌지색 코트를 사서 교복 위에 걸치고 다녔지요.

오늘 EGOZINE을 읽으면서, 여러분도 언젠가는 한 번 비슷하게 입어 보고싶다는 느낌을 받으셨길 바라요. 혹은 '비비드 컬러'가 그저 오버스럽게 과한 컬러라는 편견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라면, 그런 생각이라도 잠깐 지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