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일, 저녁에는 공부. 어영부영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반듯이 누워있습니다. 침대 맡에는 코튼 향 캔들이 타닥타닥 타들어가고 있고요. 늘어놓을 이야깃거리 하나 없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이렇게나 포근한 밤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방 가득 일렁이는 불빛과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를 지켜보며 쉴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이런 휴식이 하루에 아주 특별한 의미로 작용한 것은 아니지만, 무어랄까. 건조한 일상 속에 아늑한 숨결을 불어 넣어주는 느낌이라 좋습니다. 낭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편안한 휴식, 애틋한 그리움, 달콤한 실연,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야기들. 뭐든지 나에게 안겨주는 정서가 있다면 낭만이라고 소개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다른 재질의 감정을 겪는다는 곳, 낙산공원으로 모셔볼까 합니다. 보다 낭만있는 하루를 보내실거라 믿으며.

10년째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티집'. 이곳에 머물던 약 30분의 시간 동안 다녀간 손님이 모두 단골인 걸 보면 역시는 역시입니다. 소박한 공간에는 막국수와 수육, 그리고 전이 있습니다. 근처에 들리면 항상 방문하고 싶은 참새 방앗간 같은 맛집이지요. 

막국수의 쫄깃한 면과 달짝지근한 양념 소스, 그리고 한번 잡숴보라는 듯 정갈하게 나오는 수육까지. 든든한 세트 구성에 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막국수 주문이 필수지만 또 사이드 메뉴가 웬만한 한식집보다 훨씬 맛있다는 평. 특히 모락모락 김을 뿜어내는 배추전과 메밀전은 당장이라도 막걸리를 마셔야 할 것만 같은 충동을 주는데요. 낙산공원 주변, 무엇을 먹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곳입니다. 갈 길 잃은 발걸음을 모티집으로 향해보시길. 

'나 스스로 거리낌 없이 자유로운 상태'라는 뜻으로, 디자인이라는 영역 안에서 경계 없는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브랜드, '무아치(無我恥)'. 그들의 공간은 1950년대 건축된 국내 최초의 타운하우스 형태의 주택으로, 세월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여 한국판 미드센추리 하우스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은 다양한 빈티지 가구들을 소개하고, 신진 디자이너들과 전시를 진행하기도 하지요.

단순한 수집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채집한 공간. 그래서 어쩐지 가게라기보단 갤러리란 단어가 더욱 잘 어울립니다. 관람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빈티지 가구들이 은은한 조명 아래 고유의 빛을 뽐내고 있는데요. 오래된 가구들이 무아치의 손길로 인해 새 생명을 얻고 선택을 기다리는 낭만적인 광경. 다양한 리빙 제품에 관심 많은 분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라요. 

곳곳에 애플 모니터가 배치되어 있는,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공간이 큰 편은 아니지만 개방감 있는 통유리 창, 그리고 테라스 자리 덕에 쾌적하고 시원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는 낙산공원과 한양도성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뷰 맛집이기도 하여 벌써부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하늘이 유난히 예쁜 날에 방문하면 후회 없을 곳입니다. 

그리움에 젖고 싶은 날에 듣는 올드 팝송. 올드 팝송은 언제 들어도 행복에 젖어들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죠. 오늘은 오랜만에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가 1978년 발표한 팝송, 'Can't smile without you'를 들어봅니다.

한국 사람 열에 아홉은 알고 있는 이 곡은 특별한 탄생일화를 가지고 있어요. 가수 배리에게는 아주 멀리 살고 있는 소중한 베스트 프렌드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친구로부터 편지 한 통이 왔다고 합니다. 그 편지지 겉에 쓰인 문구가 바로  'Can't smile without you.'였죠. 곡 제목 만큼이나 그리움이 담긴 낭만적인 곡입니다. 낙산공원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날에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