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껴안고, 준비하며, 다시 실패하라.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살면서 천재 소리만 듣는다면, 당신은 천재가 되겠지만 그게 전부일 것이다.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굳이 깊게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당신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한 말입니다. 젊은 나이에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에게 실패라는 단어가 어쩐지 어색하긴 합니다만. 그의 브랜드 JW 앤더슨(JW Anderson)을 보고 있노라면 찬란한 결과물 이면에 얼마나 치열한 고민의 과정이 있었는지 느껴지는 듯합니다. JW 앤더슨은 런칭 이례로 꾸준하게 매년, 매시즌 180도 바뀌는 다종다양한 컨셉의 쇼를 선보이고 있거든요.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극장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JW 앤더슨의 팬들 또한 매 시즌 또 어떤 컬렉션을 선보일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자신의 창조적인 힘을 제 색깔로 충만하게 발휘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창의성(creativity)’을 갈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맞는 바이블이 되어 주리라 기대하며. 영감을 발전시키는 창의성, 시대를 기민하게 받아들이려는 능력 사이의 균형감각이 그 어느 패션 레이블보다 뛰어난 JW 앤더슨(JW Anderson)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아 주길 바라요.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2008년에 런칭한 그의 브랜드, JW 앤더슨(JW Anderson). 특유의 창의력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정교함과 앤드로지너스 기반의 신선한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여성복의 요소를 접목한 중성적인 디자인에, 강렬한 컬러블록과 그래픽적 감각이 어우러진 아이템들을 출시하고 있어요.

조나단 앤더슨은 1984년, 북아일랜드에 있는 작은 마을인 마러펠트(Magherafelt)에서 태어났습니다. 중학교 선생님인 어머니와 유명한 럭비 선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소중한 아들이었어요. 조나단은 어릴 때부터 난독증이 있어서 글을 읽거나 문자 메세지를 보낼 때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미술에 재능이 뛰어났고 수집을 취미로 삼았다고 하죠. 수집에 대한 열망은 조나단 앤더슨이 아주 어릴 때 부터 시작됐는데, 심지어 애완동물을 모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친칠라, 기니피그, 토끼, 오리, 작은 앵무새 등을 데려와서 키웠어요. 그만큼 조나단 앤더슨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일에 아주 의욕이 넘치던 사람이었습니다.

조나단 앤더슨은 훌륭한 외모 덕에 그의 첫 커리어를 ‘연기’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8세가 되던 해, 그는 배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어요. 연기 공부를 위해 뉴욕의 예술 성지인 쥴리어드(Juilliard)에 둥지를 틀었지만, 이내 자신의 길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되려 옷을 만드는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에요. 패션과 가까워지기 위해 그는 방향을 틀어 영국의 왕립예술대학의 남성복 과정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다니면서 훗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꼽을 경험을 하게 돼요. 

키워드를 꼽자면 ‘중성적(Androgynous)’, 그리고 젊음(youth)’. 조나단 앤더슨이 22살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만큼, JW 앤더슨 컬렉션은 항상 젊은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가령 화려하면서 로고를 강조한 영한 스타일을 강조합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다른 브랜드, 로에베(Loewe)가 장인정신에 입각한 서정적인 가죽 제품을 주로 선보이는 것에 반해 훨씬 더 영한 느낌이에요.

가령 일본의 SPA브랜드 유니클로(UNIQLO)와는 단짝친구 마냥 매 시즌 협업하고 있는데요. JW 앤더슨이 가진 영국의 헤리티지와 기능성을 추구하는 유니클로의 감성이 합쳐지니 그들이 선보이는 컬렉션은 매번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2022 FW 협업 컬렉션은 브리티시 모던 건축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건축학적 미니멀리즘에서 차용한 디테일을 옷에 적용한 것이 특징. 그래서 지난 협업 컬렉션에 비해 유난히 심플하고, 미니멀합니다.

한국과는 협업한 전례가 없을까요. 신기하게도 몇 달 전, JW 앤더슨의 인스타그램에는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아이템이 등장했습니다. 알고 보니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최고 인기 만화였던 <달려라 하니>가 프린팅으로 들어간 핸드백이었어요.  <달려라 하니>는 순수 국산 tv 만화영화로, 제목에서 느껴지듯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소녀가 달리기로 희망을 얻는 내용입니다. JW 앤더슨은 주인공 캐릭터 ‘하니’그래픽과 애니메이션 타이틀 폰트를 변형시킨 JWA 협업 로고 등을 디자인 요소로 티셔츠, 후디, 핸드백 등을 잇따라 출시했어요.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 업체 지브리와의 콜라보를 선보인 이례로 두번째 애니메이션 기반 협업이었죠.

JW Anderson의 2023 SS 쇼는 가장 붐비는 토요일 밤, 영국 소호 한복판에서 열렸습니다. 위치는 워더 스트리트(Wardour Street)에 있는 JW Anerson 플래그십 스토어 바로 옆. 모델들은 모든 이들이 운명의 무작위 게임을 하는 비디오 도박장에서 짧은 워킹을 선보였는데요.

컬렉션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향한 찬사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돌고래 그래픽이 그려진 보디 슈트, 금붕어가 글진 원숄더 쇼트 원피스 등 유머러스하면서도 대담한 아이템들이 차례로 등장했어요. 옷걸이를 활용한 옷, 미러볼을 떠올리게 만드는 드레스 등 JW 앤더슨의 유머가 수록된 룩이 유난히 많았던 컬렉션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룩을 함께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