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인 ‘브리저튼’을 꽤나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국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중세시대의 화려함을 그대로 연출하여 단숨에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죠. 환상과 판타지가 가득했던 1800년대 영국 상류 사회 사교계, 고급스러운 런던의 풍경, 아름다운 드레스와 액세서리 등 형형색색의 미장센은 별다른 이야깃거리 없이도 시청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고.

브리저튼을 보면 사교계에 진출하는 여인들이 많은 하인들과 의기투합하여 코르셋을 조이는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그때는 누구보다 가는 허리를 만들어 풍성한 가슴과 힙 라인을 강조하고자 했어요. 완벽한 몸매를 만들고자 여성들은 벽을 잡고 고통스럽게 허리를 조였습니다. 무도회에 들어서면 정작 호흡이 힘들어 기절도 많이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코르셋(Corset)’이라는 아이템이 슬그머니 패션 트렌드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코르셋 앞의 수식어가 ‘나를 조이는’에서 ‘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주는’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이제 사람들은 코르셋을 잘록한 모래시계 몸매를 드러내는 데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 유구한 브랜드의 디자이너들도 즐겁게 화답하는 모양이죠. 그들은 앞다퉈 코르셋과 뷔스티에를 패션쇼에 올리고 있어요. 자, 그럼 함께 볼까요. ‘나를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주는 코르셋’ 트렌드에 대하여.

가장 먼저 모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을 새로운 뮤즈로 삼아, 그녀의 관능성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선보인 Dolce & Gabbana(돌체 앤 가바나)부터 이야기 해봅시다. 이번 시즌엔 킴 카다시안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피스들도 몇몇 존재한다는데, 과연 그녀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돋보이게할 아이템들이 가득한 광경이었어요. 

특히 이 코르셋 형태가 돋보이는 점프수트를 볼까요. 킴 카다시안의 글래머러스한 무드에 돌체앤가바나의 현실감각이 주입된 모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디자인의 의도는 깊고도 넓죠. 코르셋 상의는 본래의 기능처럼 몸을 과하게 힘주어 조이지는 않되, 아래에 넉넉한 세미 와이드의 팬츠로 믹스매치를 유도했어요. ‘세련된 코르셋은 바로 이런 것이다’ 말하는 듯 합니다.

실험적인 실루엣과 독특한 소재가 돋보이는 브랜드, Dion Lee(디온 리). 디온 리에서 이번에 굉장히 하드한 코르셋이 나왔네요. 철갑 보호 장비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소재의 코르셋입니다.

코르셋의 역할은 본래 연약한 몸을 훨씬 더 조여 고정하는 것이지만, 디온 리는 오히려 사이드 지퍼를 덧대어 스스로 원하는 실루엣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투박한 코르셋을 부드러운 면 팬츠와 믹스매치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주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어요. 중성적이고도 오묘한 분위기.

패션쇼를 보다가 힉, 하고 필자를 놀래킨 룩이 하나 있었습니다. 브랜드 Knwls(노울스)의 코르셋은 전형적인 코르셋이 아니더라고요. 스웻 소재를 활용하여 코르셋 느낌으로 뽑아낸 것이 특징. 통상 도전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아이템을 런웨이에서 캐주얼하게 풀어내는 감각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아이템은 정말이지 어디에서나 편하게, 그리고 코르셋의 섹시한 무드를 함께 스타일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르셋이 아직은 민망하다고 하는 분들에겐, 모노톤 색감으로 차분하게 눌러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령 이 룩을 볼까요. 코르셋의 섹시한 무드를 강조하기 보단 예측 불가한 스타일링으로 뭇사람들에게 ‘옷 잘입는다’는 감탄을 자아낼 수 있어요. 

헤링본 울 코르셋과 부클레 플리스 팬츠로 원단과 무드의 믹스매치를 유도하고, 이지한 스니커즈를 매치하여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룩에 변주를 주는 것. 이 패션을 총망라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바라클라바, 선글라스 등 액세서리로 위트를 부여하면, 끝. 무난해 보일지라도 여기서 풍기는 묘한 겨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죠.  

그래픽 티셔츠에 흠뻑 빠진 이들에게도 코르셋은 반가운 아이템이었으니. 예쁜 그래픽 탑이 있는 분이라면, 이처럼 코르셋을 오히려 밖으로 드러내는 센스를 엿보아도 좋을 겁니다.

이너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탑을 함께 매치하고 다른 아이템을 캐주얼하게 가져간, 누구나 도전해볼 법한 스타일링이에요. 꼭 그래픽 탑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옷장 깊숙이 숨어있던 셔츠, 목폴라 등을 활용하여 본인의 취향과 감각을 믿고 겹겹이 쌓아보며 실험해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