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향은 매우 특별합니다. 그 특별함은 질감에 있어요. 장미 꽃잎의 포슬포슬한 건조함과 알알이 맺힌 물방울의 촉촉함을 세심하게 구현해 내는것이 바로 장미 향수거든요. 심지어 만개한 꽃의 눅진한 달콤함, 그리고 잎사귀의 맵싸함까지 느껴지니 그 섬세함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고혹적인 장미 향은 추운 겨울에 더욱이 어울린다고 합니다. EGOZINE에서 준비한 선택지가 꼭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취향에 맞는 장미 향을 찾아서 내면의 섬세함을 뽐내보시길.

반클리프 아펠(Vancleef Arpels)은 사실 주얼리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입니다. 1895년 보석공의 아들이었던 알프레드 반 클리프(Alfred Van Cleef)와 보석 딜러의 딸이었던 에스텔 아펠(Estelle Arpels)이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고, 두 가문의 성을 따서 설립됐어요. 

그들은 처음에 왕족과 유명인사들에게 맞춤 주얼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얻었는데요. 미국 출신 사교계 저명인사였던 유진 히긴스(Eugene Higgins)로부터 자신의 개인 증기선을 모티브로 한 보석을 만들어달라고 요청 온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흑단과 금, 루비, 에나멜, 벽옥 등을 사용해 바다 위를 항해하는 아름다운 증기선을 구현해냈다고 하죠. ‘여성이 아닌 남성을 위해 특별 제작된 보석’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알리고, 당시 사교계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해요. 

우주를 수놓은 듯한 그들의 주얼리는 전세계적으로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주얼리 브랜드 아니랄까봐, 향 디자인도 참 아름답게 잘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반클리프 아펠에서 나온 고급스러운 로즈 향수를 소개해 드려요. 꽃의 여왕 ‘로즈’의 화려한 면모를 담은, 로즈 구르망 계열의 향. 

향수계의 에르메스라고 칭해지면서도, 가장 우리 가까이에 있는 향수 브랜드는 바로 조말론 런던(Jo Malone London)입니다. 창시자는 다름아닌 영국에서 태어난 1963년생, 조 말론(Jo Malone)이죠. 그녀는 일반 사람들의 1,000배 이상의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입니다. 색깔이나 소리에서도 향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 이런 천부적인 재능에 흠잡을 데 없는 제품을 만드는 완벽주의 경향까지 갖추고 있어요. 한 번이라도 조말론 향수의 향을 맡아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인생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그녀가 어릴 때는 굉장히 가난한 집안의 장녀였다고 하는데요. 아버지는 도벽과 함께 집안을 방치했고, 어머니는 생계를 책임지느라 바빠 조 말론은 10살 때부터 집안을 돌봐야 했습니다. 그녀는 피부 관리사였던 어머니를 도우면서 코스메틱 분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네일 아티스트, 피부관리사, 미용사 등 생계를 위해서 안 해본 일이 없었죠.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조 말론은 25세에 피부관리로 독립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강점인 ‘후각 능력’을 살려서 피부관리실 슬론 스퀘어를 차리게 돼요. 고상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에, 좋은 향기를 심었습니다. 레몬, 로즈메리 향과 아로마 캔들로 감각적인 향을 만들어 피부관리를 받는 느낌을 새롭게 정의했다고 하지요. 이러한 경험이 상류층에게 입소문을 탔고, 훗날 그녀가 만든 스킨케어 제품의 인기는 치솟게 됩니다. 

현재는 자신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에서 완전히 손을 뗐죠. 2003년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병은 완치는 됐으나, 회복할 동안 향수를 제작하지 못하는 슬픔에 빠져 고통스러워했다고 해요. 결국 2011년 새롭게 브랜드를 런칭합니다. 바로 그 유명한 ‘조 러브스(Jo Loves)’죠. 조 말론 만큼이나 감각적인 향을 자랑하는 브랜드입니다. 물론 오늘은 조 러브스가 아닌, 조 말론 런던의 향수 ‘Rose & Magnolia’를 소개해 드립니다. 2019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나왔으며, 에디터인 제가 지난 몇 달간 애타게 사고 싶어 했던 향수.

지팡이를 휘두르는 순간 붉은 장미 꽃잎들이 휘날립니다. 마법 같은 순간, 마법 같은 향이에요. 찬바람이 불수록 오히려 깊고 그윽해지는 느낌이랄까요. 관능적인 다마스크 로즈와 순수한 매그놀리아가 만나 신비로움을 선사하며, 패출리와 앰버가 전체적인 향을 끌어안고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

향덕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브랜드죠. 에코 프렌들리(Eco Friencly), 비건(Vegan),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를 모토로 오직 네추럴 사탕수수 알코올로만 향을 만드는 브랜드, 키에린 뉴욕(Kierin NYC)입니다. 뉴욕의 도시생활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하였죠.

키에린 뉴욕의 매력은 전통적인 퍼퓸 브랜드와 다르게, 사람을 향으로 정의하거나 제한하지 않고 곳곳에 숨어있는 뉴욕의 ‘진짜’ 이야기만을 다룬다고 하는데요. 가령 오늘 소개해 드리는 키에린의 향수, ‘로즈 잉크(Rose ink EDP)’는 뉴욕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의 그래피티 거리 예술, 그리고 화려한 뉴욕의 타투 문화를 향으로 구현해 냈습니다. 정말이지 장미 타투만큼이나 섹시한 향입니다. 향수의 패키징에 ‘Dark, Warm, Wild’라고 적어놓은 이유를 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