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ersson bell의 전략은

Andersson bell이 되는 것입니다." 

도메스틱 브랜드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앤더슨벨(Andersson Bell)’이라는 답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점차 획일화되어 가는 한국 패션에 반항하듯이 나타난 이들은 매번 독보적인 패턴과 소재를 개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비록 개성 강한 브랜드일지라도 한국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음을 증명한 셈. 실제로 수많은 신생 브랜드들이 앤더슨벨을 단초 삼아 브랜딩한다고 하니, 그들이 도메스틱 패션의 주축이자 본보기임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오늘 EGOZINE 에서는 중심이 되어가는 브랜드, ‘앤더슨벨’의 면모를 간단하게 담아보았습니다. 런칭 이례로 흔히 볼 수 없는 감성을 옷에 담아내면서 그 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진 앤더슨벨로부터 패션에 대한 열정을 공감받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이고진을 읽은 후 마음에 쏙 겨울 아이템 하나를 발견한다면 더더욱 좋겠네요.

'앤더슨(Andersson)'은 스웨덴의 흔한 성 중에서 하나죠. 여기다 한국 전통 사원의 종을 의미하는 ‘벨(bell)’을 더했습니다. 그 이름하여 앤더슨벨(Andersson bell), 2014년에 런칭한 비교적 영한 도메스틱 브랜드입니다.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에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접목한 유니크한 디자인이 특징.

앤더슨벨의 최정희 대표는 사실 약 20년 전만 해도 동대문에서 옷을 팔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들과 다르게 그의 매장은 뭔가 달랐다고 하죠. 옷을 사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성해를 이루었던 건데요. 똑같은 옷을 파는 동대문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최정희 대표의 남다른 아이디어에 있었습니다. 조향사 공부를 했던 그는 향수 테스터를 매장에 둠으로써 향에 어울리는 옷을 함께 코디해 주었던 건데요. 향긋한 향기와 함께 입는 옷을 좋아해주는 고객들이 있었던 거죠.

매출은 쉽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최정희 대표는 패키징할 때 손편지를 써서 옷과 함께 보내거나, 동대문 5개 브랜드를 모아 ‘레드피그’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고 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직접 옷을 디자인할 자신은 아예 없었던 거죠.

벼랑 끝에 선 최정희 대표가 마지막 기회로 삼은 것이 바로 ‘앤더슨벨’ 런칭이었습니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시작은 옷이 아닌 ‘우산’이었어요. 그는 영국의 프리미엄 우산 브랜드, ‘런던언더커버’를 레퍼런스 삼아 우산을 제작합니다. 2만 8000원이라는 가격에 선보이죠. 결과는 초대박. 당해 최악의 가뭄에도 불구하고 8월 무렵 4000개가 팔렸다고 해요.

앤더슨벨이 '패션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맨투맨, 즉 스웻셔츠를 처음 제작하고 난 뒤입니다. 당시엔 사람들이 무난한 컬러의 스웻셔츠를 많이 입었는데, 최정희 대표는 반대로 톡톡 튀고 예쁜 컬러의 소재로 만든 스웻셔츠를 제작하죠. 그는 대량생산을 통해 퀄리티 좋은 옷을 약 6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앤더슨벨 스웻셔츠의 다채로운 컬러웨이와 부드러운 소재는 단숨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지금의 앤더슨벨은 엄청나죠. 파페치, 네타포르테, 쎈스, 루이자비아로마, 브라운스, 샵밥 등 이름있는 해외 편집숍에는 모두 입점했습니다. 최정희 대표의 브랜딩 감각,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꾸준한 투자, 그리고 유럽 시장을 겨냥한 디자인 등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한 꾸준한 노력 덕분입니다. 국내외 마켓을 겨냥한 노력의 결과, 올해의 FW 컬렉션을 첫 발매한 날에 무신사에서는 몇 시간 만에 랭킹 20위에 앤더슨벨의 옷 14개가 안착했을 정도였다고. 과연, 도메스틱 브랜드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 혹은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혀 다른 성격의 무언가를, 하나로 잘 섞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홈페이지에 적힌 글귀를 보면,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에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접목한 디자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정의하기엔 앤더슨벨이 가진 색깔은 너무나 다채롭습니다. 사실 앤더슨벨의 강점은 유니크한 믹스매치와 스며들어 있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어요. 여기서 믹스매치란, 단순히 다른 느낌의 옷을 걸쳐 입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전혀 다른 소재를 섞거나, 도저히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컬러 블록을 과감히 활용하는 등 생각의 틀을 깨는 발상이죠. 그렇게 탄생한 앤더슨벨의 옷은, 무언가 오묘하면서도 고급스럽습니다.

똑같은 블랙, 화이트를 써도 앤더슨벨은 다르다고 전합니다. 취향 문제일 수 있지만, 그들은 자신있게 말하죠. 우리는 확실히 다르다고. 가령 체크 패턴을 볼까요. 앤더슨벨의 디자인실에서 직접 만든 체크 패턴들. 비슷한 옷을 파는 다른 브랜드를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컬러조합과 원사, 거기에 유니크한 디테일로 ‘앤더슨벨스러운’ 세련된 감성을 창조해내요.

먼저 베이지 컬러의 니트탑 위에 투박한 레더 재킷을 걸쳐서, 모던하면서 빈티지한 느낌을 오묘하게 연출했습니다. 페도라와 웨스턴 부츠로 확실한 웨스턴 무드를 낭랑하게 더했어요. 그러나 상대적이라도 언제나 포인트는 있기 마련입니다. 시선이 가는 화려한 패턴의 스커트로 마무리해 주기.

그냥 하얀 셔츠 위에 매치해도 멋스러울 겁니다. 옆 라인을 단추로 마감하여 다양한 스타일링 연출이 가능한 베스트에요.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원사를 조합한 게 앤더슨벨이 얼마나 실력 있는 브랜드인지 증명하는 듯합니다. 색깔만으로도 산뜻하고 명쾌한 기분을 선사하는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