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챙겨 먹는 일을 거창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더라. 냉장고에는 사실 닭가슴살과 토마토, 계란 밖에 없지만. 이들 정도라도 스스로 '현명하게' 지어먹고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물론 화려한 요리 도구도, 널찍한 부엌도 없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요리를 못한다고 해서 내가 밥을 챙겨 먹는 애정과 그 건강의 가치를 모르는 건 아니다. 뿌듯한 마음, 건강한 마음으로 먹는 밥은 최소 몇 시간은 후다닥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일은 회사에서만' 하는 것이라 고집 피웠던 나였지만, 얼마 전엔 반짝거리는 사고의 전환을 경험했다. 이제는 금요일 오전에 시간이 남으면 홈테이블 의자에 앉아서 업무 메일함을 열어본다. 따뜻한 우롱차 한 잔과 함께. 그러면 사무실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문득 보인다. 하얀 도화지처럼 느껴졌던 까마득한 문제들의 해답이 어렴풋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아, 물론 우리 회사 사무실은 매우 좋다. 더 맛있는 커피, 더 푹신한 의자, 더 넓은 책상이 있다. 그러나 어느 한계치에 도달하면 나의 세계가 좀처럼 넓어지지 않는 느낌을 부정할 순 없더라고.

무슨 양말을 신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땐 그냥 흰색 양말로 마무리하면 된다. 흰색 양말은 어떤 옷, 어떤 신발과 만나도 깔끔한 결말을 맺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출근할 때 입는 정장, 데이트할 때 입는 캐주얼룩, 화려한 스트릿룩에도 흰색 양말은 구원투수다. 그래서 괜찮은 흰색 양말이 눈에 들어오면 구비해 두는 것이 똑똑한 일이다. 은근히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옷장을 들여다보면 정말 그렇지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