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사랑에 빠진 지는 꽤나 오래됐는데, 역시 후디만큼 편하고 예쁜 것도 없더라고요. 친구들 만날 때, 새벽에 편의점 갈 때, 여행 갈 때 언제든 휘뚜루마뚜루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넉넉한 실루엣에 편안한 면 소재로 자꾸자꾸 손이 가는 마성의 아이템이죠.

강한 추위에 못 이겨 패션이 단조로워지는 요즘에는 ‘후디(hoody)’ 하나를 돌려 입는 재미가 있습니다. 핵심은 편안함 속에서도 쿨함을 잃지 않는 것. 다시 말해서 푹 안기고 싶은 포근함 위에 창의적인 믹스매치가 더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감부터 귀여운 후디의 간단한 역사, 후디의 시초가 가진 은근한 반전, 그리고 EGOZINE 팀원들이 제안하는 스타일링 팁까지. 후디를 가장 맛있게 탐닉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기대를 가지고 봐주시길!

후드(hood)는 영어로 ‘덮개’에요. 그래서 후드 모자가 덧대어진 스타일의 옷을 우리는 ’후디(hoody)’라고 부릅니다. 후디는 보통 넉넉한 실루엣의 편안한 면 소재로 제작돼요. 편안하면서도 영해 보이는 스타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옷이지요.

패션 브랜드 또한 꼭 후디를 출시하는데요.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많이 손이 가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서 출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따라 후디의 디자인이 다 달라요. 디테일이 조금씩 변형된 모습에 저처럼 옷 좋아하는 사람들은 쇼핑할 맛이 나죠. 대부분의 사람들의 집에 가장 많이 보이는 아이템 군이 후디인 것에는 이유가 있는 거 같아요.

바시티 재킷은 꼭 ‘골든베어(Golden bear sportswear)’의 것으로 입고, 항공 점퍼는 ‘알파 인더스트리(Alpha industries)’, 그리고 더플코트 하면 또 ‘글로버올(Gloverall)’이 근본이죠. 오늘 이야기하는 후디도 과연 근본이라고 불리는 ‘맛집’이 있을까요?

근본이라고 속히 칭할만한 건 딱히 없지만. 사실 후디를 처음 만든 회사는 명확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에요. 바로 챔피온사(Champion)입니다. 1930년대 당시 챔피온사의 사명은 니키보커 니팅 컴패니(Knickerbocker Knitting Company)였어요.

그들은 뉴욕주 북부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복으로 처음 후디를 만들었습니다. 추운 창고에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상의에 쉽게 썼다 벗을 수 있는 모자를 부착한 것이 디자인의 핵심이었어요. 초기엔 일용직 노동자들이 이 옷을 주로 입었고, 그래서 당시에는 저소득층의 옷이라는 편견이 생기기도 했죠.

훗날 후디에는 ‘약자의 저항’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는 사건이 생기는데요. 1976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록키’ 덕분입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록키가 복싱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요. 가난한 록키는 제대로 된 운동복이 없어 훈련할 때 낡은 회색 후디를 주로 입었죠. 그때부터 후디는 ‘저항을 위한 옷’, 그리고 ‘운동할 때 입기 좋은 편안한 옷’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게 돼요.

옷에 글자를 새기는 법, 세탁 시 옷이 줄어들지 않게 하기 위한 가로로 방직하는 리버스 위브 방식을 발명하게 된 챔피온 사는 후디를 대학 운동부를 위한 유니폼으로 제작하게 되는데요. 웬트워스 군사 학교의 유니폼과 미시간 울버린 팀 유니폼 생산에서부터 시작해, 1990년대에는 NBA의 모든 팀과 NFL의 일부 팀 유니폼을 만듭니다. 이를 기점으로 대학생들은 실외용 훈련복으로 후드티를 맞춰 입었고 점차 학교 이름을 쓴 후드티가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인기를 끌었어요. 1990년대쯤엔 후드티가 완전히 '학생 패션'으로 자리 잡죠.

오늘날의 후디는 모든 스타일에 쉽게 버무려지는 묘한 매력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캐주얼한 믹스매치를 즐길 땐 후디가 딱이에요. 봄, 가을, 겨울이라는 무려 세 계절 동안 충만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꽤 자주 손이 갈 듯하니, 이제는 어떻게 하면 가장 예쁘게 입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볼까요. 먼저 요즘 패션 씬에서 가장 핫하며, 제멋대로 옷 입는 데 도가 튼 하디드 자매의 스타일링을 눈여겨봅시다. 좋은 레퍼런스가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