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는 자신만큼 사랑스러운 존재는 또 없습니다. 특히 일에 몰입했을 때 말이에요. 눈앞의 일거리에 정신없이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고개를 들면 저녁노을이 내려앉아 있어요. 몰입했다는 증거죠.

주인의식을 갖고 기분이 고양되는 공통적인 순간. 그 ‘몰입’의 순간을 위해서는 좋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보되어야만 작업의 수준 또한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적당한 소음, 감각적인 인테리어, 편안한 테이블과 의자 같은 것들이 모여 대체불가한 영감을 줍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에 몰입하길 원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노트북을 챙겨들고 뚝섬역 카페로 떠날 분들 말이죠. 점심 든든히 먹고, 즐겁게 몰입하고, 그리고 고생한 나를 위한 마무리 선물까지. 일과 낭만을 함께 좇는 이들이 오늘 EGOT을 둘러보면 좋겠네요. 

뚝섬역 7번 출구 좁은 골목, 제대로 된 소바를 맛보고 싶다면 방문해 봐도 좋을 공간이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소바마에’, 메밀을 베이스로 한 냉온 소바 뿐만 아니라 청어소바, 자루소바 등 다양한 종류의 소바를 맛볼 수 있어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는 곳이죠. 맷돌로 갈아만든 메밀가루,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자른 면, 그리고 100%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국물이 황홀할 정도의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면을 만드는 곳을 외부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 깔끔하면서 차분한 일본틱 인테리어에 눈도 즐거운데, 정성스럽고도 한결같은 음식과 사장님의 친근한 배려까지 더해져서 그 맛을 더해줍니다. 직접 방문한 에디터의 최애는 시그니처 메뉴인 소고기가 달어간 온소바, ‘나쿠소바’. 요즘 계절에 먹기 딱이더라고요.

뚝섬역은 동네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는 그야말로 동네 상권. 그 안에서 보석 같은 공간을 찾아내었는데요. 카페 이름을 알리는 커다란 간판 대신, ‘I hope you both enjoy your coffee.(여러분이 커피를 즐겼으면 좋겠어요.)’라는 진솔한 슬로건이 걸린 공간, '릴레이션 카페'입니다.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외벽, 그와 푸르른 식물들의 어여쁜 조화. 편안한 무드의 공간으로 집중해서 작업하기 좋은 작업실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공간을 깊이 있는 음악으로 가득 채워주는 대형 스피커, 테라스에 서있는 것처럼 비대칭적인 공간 구조, 그리고 모든 커피에 들어가는 고소한 알레그리아 커피로스터스의 원두. 에디터에게는 이 카페의 모든 요소가 방문자와의 소중한 ‘관계(relation)’을 조심스럽게 만들어가는 듯 느껴지는데요. 이곳의 별미는 테린느 치즈와 바닐라빈 커피. 향긋하게 짙은 치즈 향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뚝섬역에서 무언갈 집중해서 하고 싶다면, 안성맞춤인 ‘릴레이션 카페’를 꼭 기억해 주시길.

빠삭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기 전, 고생한 나에게 선물 하나를 선사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도 숍(amado shop)은 뚝섬역 1번 출구와 가까이 위치한 기프트숍입니다. 다채롭게 스타일링 가능한 생화꽃, 홀케이크, 식물, 그리고 감각적인 오브제까지. 한 번에 구경하기 좋은 기프트 편집숍이에요.

에디터는 방문한 김에 작은 화분을 하나 샀는데요. 통 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작은 털모자를 쓰고 있던 선인장.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이곳에는 식물뿐만 아니라 컵, 접시, 액세서리 등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산뜻한 선물로 봄을 시작하고 싶다면, 시간 내어 발걸음을 아마도 숍으로 옮겨 보시길.

익숙한 노래일테죠. 한때는 모든 거리에 이 노래가 울려 퍼졌으니까요.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멜로망스의, ‘선물’. 가사가 정말 예뻐요.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지만, 멜로망스는 다르게 바라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너와 내가 되는 순간, 이 이야기는 어느새 크나큰 우주가 되어 영롱한 달빛을 쏟아내기 시작한다”라고.

멜로망스 특유의 절제되면서도 차분한 감성, 꿈꾸는 듯한 멜로디가 모두 담겨있는 노래에요. 심플한 악기 구성으로 시작하지만, 중반부 이후엔 사랑이란 세상을 바꿀만한 기적 같은 일’이라는 찬사가 현악기 연주와 누구보다도 깔끔하게 고음을 소화하는 김민석의 보컬과 어우러지며 하이라이트를 완성하지요. 사랑의 힘에 대한 놀라움과 떨림, 헌신을 노래하며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것이 특징. 선물 같은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때로는 보름달처럼 밝고 찬란하게, 때로는 초승달처럼 은은하고 섬세하게 여러분의 마음에 스며들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