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글을 쓸 때 움직이는 건 비단 손뿐만이 아닙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훨씬 부지런해야 하죠.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내면에 담긴 생각을 전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 마음이 자아내는 세상이 곧 내가 보는 세상이 됩니다. 

똑같은 공간에 방문하더라도 마음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많이 방문하고, 많이 보고, 많이 느껴보면서 마음을 기울이고자 애쓰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러다 보면 ‘혼자 쉬고 싶을 때 오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다’, ‘기분전환하기 좋다’ 등 형용사를 입히게 됩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감상이죠.

오늘은 빠른 걸음만큼 마음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될, 경의선숲길의 공간 3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세 공간의 컨셉이 워낙 확고하니, 감상을 덧대는 연습을 하기엔 좋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은 카페 추천은 따로 없습니다. 경의선숲길에는 워낙 감각적인 카페가 넘쳐나니까요. 취향따라 방문해 보시길.

지도를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곳. 아름다운 연필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브랜드숍인 ‘작은연필가게 흑심’입니다. 2016년부터 추억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연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오래된 연필과 그에 담긴 이야기를 수집하는 독특한 공간이에요. 다양한 색감의 연필들이 모여있어서 마치 연필 박물관 같은 곳이죠.

미쁘동은 이미 너무나 유명하지만. 혹여나 안 가본 분들이 있을까, 그 조바심이 들어 추천드립니다. 그만큼 맛있거든요. 미쁘동은 카이센동(해산물 덮밥)과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를 제공하는 맛집입니다. 믿음직하다의 순우리말인 '미쁘'와 일본어로 덮밥을 뜻하는 '동'을 합쳐 고객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한 그릇을 제공하자는 의미를 담아 만들어진 공간이지요.

연남동, 혹은 경의선숲길에 방문할 때면 특유의 아기자기한 분위기 때문인지, 노래도 그런 감성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드러운 기타 선율에 소울 넘치는 목소리, ‘Lia Ziare’의 ‘feel it 2’를 소개해 드려요. 유튜브에서는 땅거미가 내리 앉은 여름 저녁에 잘 어울리는 노래로 꼽히기도 하더라고요.

처음엔 선율이 좋아서 들었지만. 듣다 보니 가사에 집중하게 되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가사가 엄청 솔직해요. ‘나는 네게 푹 빠져졌다’고, 당당하게 말하죠. 저는 이 노래를 듣고 니체가 사랑에 대해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에 관한 문제들은 대부분은 더 넓게, 더 깊게, 더 강하게 사랑하는 방법으로 치료 가능하다고요. 사랑에는 사랑이 효험이 있다는. 마음을 움직여 들어본다면 어떤 말인지 분명 감이 오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