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영감 없이는 99%나 되는 엄청난 노력을 해봐야 성공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을 쓸 때 글감이 필요하듯이 패션도 땔감 같은 존재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영감’이죠. 패션 디자이너들이 단순 옷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도, 패션쇼의 주제가 매번 다채롭게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패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Y2K만큼이나 올해의 패션씬을 강타한 트렌드가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발레코어(Ballet core)’, 발레의 우아하고 기능적인 미학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 디자인이에요. 발레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실크와 쉬폰 소재, 부드러운 컬러, 운동복 특유의 편안함을 갖춘 것이 중요한 특징. 아리아나 그란데, 로잘리아, 벨라 하디드, 제니가 이 스타일에 매료되어 즐겨 입고 있지요. 시몬 로샤, 몰리 고다드, 미우 미우와 같은 많은 레이블들 또한 패션쇼를 통해 발레코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따라서 오늘 EGOZINE에서는 발레코어 스타일의 대표 아이템, 그리고 이를 주제로 한 최근 패션쇼를 다뤄보았는데요. 중요한 점은 우리가 흔히 아는 튀튀, 그것이 올해 패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다채로운 발레코어 아이템들을 일상복과 섞어서 한 명의 로맨틱한 발레리나가 되어보길 바라요. 여러분들이 발레코어를 어떻게 맞이할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에디터처럼 알고리즘이 패션으로 뒤덮인 분이라면. 분명 리본을 활용한 헤어 스타일링을 뜸하지 않게 만나보셨을 겁니다. 리본은 발레리나의 필수품이죠. 단정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단단하게 조아 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머리를 땋아 끈 형태의 리본으로 마무리하는 헤어가 인기에요. 그러나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밑 부분을 앙증맞은 리본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리본 끈과 헤어를 동시에 땋아버려도 분명 예쁠 겁니다. 이렇게 리본을 활용하면 발레리나의 우아한 분위기는 물론, 어떤 데일리한 룩에도 사랑스러움 한 방울을 믹스매치하는 효과가 있죠!

발레코어에서 영감을 받은 탑, 콕 하나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드러운 세틴 소재의 탑, 바디 수트, 혹은 몸을 감싸는 랩탑(Wrap-tops). 그러나 대표적인 디자인은 타이트하게 밀착되어 실루엣을 아름답게 살려주는 바디콘입니다. 주로 신축성이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타이트한 탑을 의미해요. 볼레로 또는 카디건과 짝을 이루는 탱크탑과 같은 레이어드 스타일링도 포함되죠. 

우리가 진짜 발레리나가 될 수는 없겠지만, 발레리나의 우아함을 입을 수는 있습니다.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이 랩스커트에요. 랩스커트는 실제로 발레리나가 연습할 때 자주 입는다고 하죠. 아래로 흐르는 실루엣이라, 예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입었을 때 움직임이 자유롭거든요.

패션용 랩스커트, 즉 발레코어 스타일의 랩 스커트는 조금 다릅니다. 솔직히 말해 실용성보단 미학을 우선시하는 느낌이죠.  다른 소재와 레이어드 되거나 러플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서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게 최고라면, 미디 길이의 랩스커트를 추천합니다.

Y2K 트렌드의 부활에 따라 레그 워머는 이미 꽤 오랫동안 유행했죠. 공교롭게도 레그워머는 발레리나들 또한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했던 아이템이었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발이 덥지 않겠나, 싶지만 요즘엔 여름 버전 레그워머도 많이 나오고 있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두와 만났을 때의 쉐입이 너무 귀엽다는 사실이니까요.

이번 발레 코어 트렌드의 주인공입니다. 클래식 플랫부터 펑크 록 플랫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재해석된 발레 플랫. 패션 트렌드의 선구자로 꼽히는 미우미우(MiuMiu)는 로우 웨이스트 트렌드에 이어 이번에는 발레 플랫 운동을 주도하고 있죠. 이 사랑스러운 신발은 데님, 혹은 미디 진 스커트와 같은 캐주얼 스타일과 짝을 이루면 더할 나위 없이 러블리할 겁니다. 슈즈의 ‘높이’가 염려된다면 음. 대안이 물론 있죠. 메리 제인 펌프스.

발레리나는 패션계의 새로운 뮤즈가 된 듯합니다. 시몬 로샤, 몰리 고다드, 미우 미우와 같은 명망있는 패션 레이블들이 지난 몇 시즌 동안 발레 코어를 사랑해왔으니까요.

시몬 로샤 2023 FW 쇼의 모델들은 홀의 1층 원을 돌아다니다가, 화려한 중앙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왔습니다. 음악가들은 때로는 음울하고 때로는 켈트적인 무드의 곡을 계속해서 연주했지요. 

이번 쇼는 디자이너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추수 축제, ‘루나사(Lughnasadh)’를 둘러싼 의식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전통적인 의식 요소와 시몬 로샤만의 강점인 풍성한 볼륨, 정교한 수공예 장식, 그리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만났죠. 길게 늘어진 붉은 리본과 시몬 로샤 표 토슈즈를 보세요. 특히 슈즈는 로맨틱하면서도 톡톡 튀는 펑키함을 머금었습니다. 메탈릭 레드와 블랙 컬러 등에 클래식한 발레 슈즈가 떠오르는 끈 장식으로 로맨틱 무드를 더한 디자인도 참 아름답네요.

발레코어를 이미 사랑하고 있던 분이라면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쯤 샌디 리앙을 보았을 테죠. 꽤 오랫동안 헤어 리본, 레그 워머, 퍼프소매 드레스 등 발레코어 아이템을 출시해 온 브랜드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코르사주를 활용한 네크리스와 드레스, 스카이블루 컬러의 리본이 달린 패딩조끼, 그리고 가슴에 장미를 품은 앙증맞은 포인트까지! 발레코어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훔친 시즌이었습니다. 에디터의 최애는 마지막 룩. 역시 발레는 어깨를 로맨틱하게 부각하는 얇은 스트랩이 있어야죠. 편안한 주름 디테일이 가미된 쉐입은 우아함에 발랄한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느낌.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 라고 합니다. 미니멀, 스트릿, 맥시 등 커다란 키워드가 아닌, ‘Y2K’, ‘발레코어’ 등 작은 키워드로 트렌드가 될 때요. 패션이 너무 빨리 바뀌는 요즘, 마이크로트렌드의 범람은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다양성’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취향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그 트렌드를 음미하면 돼요.

에디터인 저는 사람들이 발레코어를 어떻게 제 것으로 만들지,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러분들 또한 아이템 고유의 매력에 집중해 보세요. 발레코어는 나중에 트렌드가 아니라도 데님, 스웻셔츠를 넘어 레더(가죽) 자켓에 매치하면 분명 예쁠 겁니다. 키워드는 ‘일상의 발레리나’가 되겠네요. 오래 즐겨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