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다이어리가 가진 세가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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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24.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DIARY'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날짜 별로 간단한 메모를 할 수 있도록 종이를 묶어 놓은 것.

연월일 및 요일, 메모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무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2022.01.20 날씨, 맑은데 추움.

단순 ‘적어 둔다’고 생각하는 인생과 손때가 타는 종이들에 ‘변화가 쌓인다’고 의미를 더하는 삶은 다르다.

입사 5개월차 된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다이어리는 나의 파란만장한 일상을 더욱 다채롭게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 자기 전, 유튜브를 보며 한껏 여유를 부려도 좋을 시간에 업무 일지를 쓰기 위해 다이어리와 펜을 꺼낸다. 하루 한 칸씩만 채워 나가다 보면 언젠가 뒤돌아봐도 후회 않을 나의 커리어가 완성된다는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 되기까지 순간의 졸림을 이겨내고 눈을 부릅뜨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러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있다. 마음속에 깊게 울리는 메아리와 함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기대된다고.

디렉터 황예인.

※ Design comments ※

💬오래된 트럭 방수천을 기본 원단으로 만든 프라이탁 다이어리. 낡아 버려질 것들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다이어리로 탄생한 것이 재밌다. 실용적이면서도, 도시적인 감각을 담은 디자인을 자랑한다. 월별 기록 칸이 넓어 회사 업무 일정관리 용으로 탁월하다. 그런데 속지는 취향 껏 바꿀 수 있다.

2022.01.21 맑다. 봄의 끝자락을 베어온 듯.

삶은 매 순간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스치듯 빠르게 사라지는 찰나의 생각들을 소중히 담아 기록해야 하는 이유. 찰나에만 느낄 수 있는 생각의 무게와 질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간절한 시간 때가 있는데, 이를 테면 영상 작업을 할 때다. 어디서 보고 들은 어떤 기억 조각 하나가 절실히 필요하다. 언뜻 느껴지는 심상은 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 느낌은 누구나 사뭇 알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은 상당히 찝찝한데, 뭇내 깨닫게 된다. 단순한 생각에서 소중한 영감으로 영영 건너가지 못한 이들 때문에 서운했다는 걸.

디자이너 유현상.

※ Design comments ※

💬불광천 노을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서 Sunset, Sunrise Note라고 불린다. 소란스러운 컬러가 아니라 거부감 없이 주머니 안에 들이기 좋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끄직임부터 새로운 다짐까지, 일상 중간중간에 빠르게 기록하기에 좋은 최적의 비율.

2022.01.22

과거에 했던 생각들은 왜 금방 낡아버리는지. 앞뒤 안 맞는 논리적 흐름, 지금은 해당되지 않는 비루한 생각들, 마구 쏟아낸 감정으로 너덜거리는 다이어리는 다신 들춰보지 않을 폐건전지처럼 느껴져서 울적했다.

이랬던 다이어리가 ‘무쓸모’ 리스트에서 벗어난 건 비교적 최근. 나에게 ‘막막한 순간’은 꽤나 자주 오는데, 바로 원고를 쓰기 위해 워드를 켰을 때다. 눈앞에서 일정 시간 간격으로 껌뻑거리는 마우스 커서를 보고 있으면 A4용지처럼 머릿 속이 새하얘진다.

부디 내게 영감을 줘, 애타게 울부짖는 시점에 도움을 주는 것은 과거에 끄적거렸던 메모들이다. 기록해 뒀던 여럿 생각들만 요긴하게 잘 조합하면, 비좁은 상상력에 의존하며 글을 쓸 필요가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영역을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쓰는 글은 근거도, 재미도 없기 때문.

글만큼 한 사람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도구도 없다. 내 과거의 생각들과 경험이 담긴 글을 누군가 읽어줄 때면 벌거벗고 서 있는 것 같아 한없이 부끄럽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우물 속에서 영감을 길러낼 수 밖에.

에디터 허아란.

※ Design comments ※

💬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담긴 표지는 화이트 톤의 미니멀한 공간에서 포인트가 될 터. 빈티지한 질감을 살리기 위해 코팅은 하지 않았다. ‘줄지’, ‘모눈’, 그리고 ‘무지’의 비중이 커서 일정표 겸 일기장으로 쓰기 좋다. 자연스러운 미색종이의 속지는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