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는 취향을 드러내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됩니다. 브랜딩이 잘 된 로고 하나면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어요. 가령 스투시 로고가 크게 박혀 있는 옷들은 그 사람이 자유롭고 틀에 갇혀 있지 않은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대신 설명해 주고는 합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로고 플레이의 유행이 차츰 잦아 들었는데요. 이제 ‘로고’를 넣지 않아도 우리는 디자이너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철학을 이해합니다. 실루엣, 소재, 레터링 등 다채로운 방식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이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가 곧 자신의 취향이 되는 시대입니다. 다른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감성이 존재하고, 이를 ‘옷’이라는 매개체로 대중에게 정확하게 건넬 수 있어야만 ‘언제 어디서나 알아볼 법한 브랜드’가 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헤드 메이너(Hed Mayner)’는 그들만의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팬들과 꾸준히 상호 교감하며 제 색깔을 명확하게 구축한 브랜드, 즉 ‘취향으로 삼기 좋은 브랜드의 표본’인 것 같아요.

“몸과 옷 사이에는 적절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움직이고 걸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쉐입을 창의적으로 풀이해 나가는 헤드 메이너의 독보적인 실루엣을 봐주시길. 알고리즘에 의해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은 취향이 생기기 쉬운 요즘, 헤드 메이너는 여러분에게 차마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을 줄 겁니다.

볼드한 실루엣과, 겹겹의 레이어링, 그리고 아우터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디테일, 그리고 바닥을 질질 끌 정도의 기장감. 헤드 메이저의 대표 디자인 특징인 과감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은 앞서 언급 드렸듯이 전통적인 유대인 테일러링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이스라엘 군복하면 떠올려지는 뉴트럴 컬러인 ‘카키’, ‘베이지’ 그리고 ‘블루’가 헤드메이너의 시그니처 컬러이기도 하죠.

유대교에도 여럿 분파가 있는데, 각 분파가 고집하는 전통 테일러링은 예루살렘에 머물렀던 헤드 메이너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는 전통 유대교 복장을 몸에 ‘맞춰서(Shaping)’입는 옷보다는, 몸을 커다랗게 감싸는(Wrapping) 형태로 해석했는데요. 완벽하지 않은 테일러링, 독특한 쉐입으로 옷의 모습이 불분명한 것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죠. 마치 아빠 재킷을 입은 듯한 커다란 오버사이즈 비율은 강인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취약한 이스라엘 군복의 미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헤드 메이너의 구조적인 실루엣에서 은근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