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어 구매하는 이유. 터무니없을 만큼 작은 취향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서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면 은밀하고 개인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살아온 환경이나 과거의 기억들에 영향을 받은, 지극히 나 혼자만 이해하는 이야기들.

내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언덕 위에 집 짓고 말을 키우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처음 말을 탔던 어릴적 기억이 떠오른다. 경쾌하게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신이 난 듯 몸을 떨던 구릿빛 얼굴도 생각난다. 나를 태우고 “히히힝”하고 웃던 갈색 말은 비행기 놀이를 해주던 아버지의 풍경과 비슷했는데, 나는 그만큼의 깊은 결속력으로 말의 영혼과 교감했다.

도착지점이 보이자 아쉬운 마음에 ‘우리 떠나자’라고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나를 태운 말은 정해진 길을 무시하고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고삐를 잡아 몸을 가까스로 지탱하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두려우면서도 차마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해방감에 휩싸였다.

경로를 이탈한 죄로 채찍을 맞아 시무룩해진 말은 소나기에 휩쓸려 무너지는 흙의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세상에 아무 반항도 일으키지 못하는 처량한 생명과 헤어지기 싫어서, 알프스소녀 하이디가 향수병을 앓은 것 마냥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자유’의 소중함을 배웠다.

그래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는 말 이미지가 담긴, 이 페브릭은 나에게 ‘예쁜 것’ 그 이상의 가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물건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몽상, 그리고 꿈과 함께 지내면서 길게 남겨지는 것. 잊은 줄만 알았던 모든 순간은 작은 사물 안에서 기어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