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 와이 프로젝트(Y/PROJECT). 2013년부터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가 이끌고 있는데요. 와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스타일을 결합한 강한 개성이 돋보이는 스트리트 웨어 룩을 제안하여 현재 파리 패션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진 브랜드입니다. 

다양한 역사적, 하위문화적 참고 문헌에서 영감을 얻어 브랜드의 디자인 프론티어에 급진적인 실험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요. 해체적 디자인이 돋보이고, 성별의 구분을 초월한 패션 아이템으로 유니크하면서도 실용적인 매력을 지닌 것이 디자인 특징.

벨기에의 브뤼헤에서 태어나고 자란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는 16세기에 머물러 있는 그 도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파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21살에 건축학교를 졸업했지요. 당시 무얼 할까 고민하던 글렌 마틴스는 건축학교 탐방차 앤트워프에 가게 되었고, 그곳의 패션 아카데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패션학교가 앤트워프에 있다는 걸 처음 알았던 그. ‘이 장엄한 건물에서 공부하게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덜컥, 앤트워프에 지원하게 되죠. 

그리고 운 좋게 80명 안에 뽑히게 되어 앤트워프(마르지엘라, 앤 드뮐 미스터의 모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록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들었지만 곧바로 패션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죠. 그의 건축적인 배경은 컬렉션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와이 프로젝트는 많은 부분에서 3D 효과를 사용하며, 장 폴 고티에 쿠튀르 쇼 후반부에 등장한 거대한 볼륨의 드레스들은 철사로 틀을 짜 만들기도 했다고.

글렌 마틴스가 전하길, 와이 프로젝트의 와이(Y)는 요한 세르파티의 이름 첫 글자인 알파벳 ‘Y’에서 따왔다고 해요. 그래서 와이/프로젝트는 확실히 요한의 미적 스타일에 근간을 두고 있어요. 길이감이 돋보이는 늘씬한 실루엣과 가죽을 즐겨 사용하며 날렵한 선을 만들어내던 요한의 스타일은 지금도 와이 프로젝트에서 자주 선보이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사실 그런 디자인 포인트 외에는 거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고 요한의 스타일은 아름답긴 했지만, 특유의 우울함 때문에 대중적이지는 않았거든요. 글렌 마틴스는 팀의 분위기 자체를 디자인에 담기로 마음먹습니다. 팀이 지닌 젊음, 행복, 재치와 같은 그 다채로운 특성을요. “다들 저보다 어린 데다 출신도 다양하죠. 함께 일하는 팀이니까요.” 그가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와이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디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최근엔 장 폴 고티에의 게스트 디자이너로도 임명됐던 글렌 마틴스. 실키한 드레스, 정체 모를 상하의 아이템까지 ‘무슨 옷이다’라고 정의하기 민망할 정도로 오묘한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모든 개개인을 위한 옷을 만들려 한다’는 그의 디자인 철학은 어느 브랜드에서든 어김없이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휠라(FILA)’와 동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는데요. 휠라 고유의 헤리티지 를 와이 프로젝트만의 신선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아이템으로 구성됐습니다. 둘의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미학이 결합되자 독창적인 시너지가 발휘됐죠. 휠라의 대표 스웨트셔츠·티셔츠·팬츠 등에 와이 프로젝트만의 해체된 네크라인을 더하고 이중 카라와 숄더 스트랩·비대칭 버튼·레이어링 기법 등 와이 프로젝트의 개성을 추가로 가미한 식.

잔 폴 고티에의 상징적인 프린트 중 하나를 와이프로젝트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는 이번 시즌 컬렉션(22FW collection)을 보실까요. 파리의 북쪽 가장자리에 있는, 우주선만큼 넓은 화물 운반도로에서 진행됐는데요. 아주 긴 활주로 모양을 띄고 있어서 모델이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워킹하는 데만 약 4분이 걸렸다고.

트롱프뢰유 기법(trompe l'oeil)으로 인체를 그려냈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소재를 비정형적으로 디자인한, 성별에 모호한 여러 아이템들이 여럿 주목 받았습니다. 내부 소재와 외부의 끝부분이 동일한 소재로 제작된 오버사이즈 코트, 라운드 숄더 푸퍼 재킷, 퍼 재킷 및 코트 등은 모두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제작되었으며, 이 외의 대부분 아이템 또한 끝부분이 비대칭적으로 마감됐지요. 디테일이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한번 맛보시길!

*프롱프뢰유: 실제의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

캐주얼과 유니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쳤던 이번 시즌. 아우터로 매치한 플리스 재킷을 보면 시즌 시그니처 디자인인 ‘넥라인 슬릿’이 돋보이는데, 이너로 매치한 캐주얼한 셔츠에서도 동일한 슬릿을 확인할 수 있네요. 레이어가 겹치면서 더욱 유니크한 실루엣이 연출되었습니다. 

팬츠의 앞부분에 길게 늘어뜨려 과장된 핀턱도 재미있는 디테일, 시크하게 톤온톤으로 매치한 부츠도 룩의 은은한 느낌에 잘 어우러집니다. 플리스 재킷을 팬츠 인(in)한 유니크한 스타일링, 언밸런스와 상의와 맞추기라도 한 듯 한쪽만 착용한 이어링은 그야말로 와이 프로젝트다운 센스. 

‘몸’이 가진 아름다운 실루엣에 흥분한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맥시 플레어 드레스는 바디 프린팅이 묻어 있어 감각적인 자태를 뽐냅니다. 마치 쉬어한 소재의 원단을 입어서 속이 비치는 듯한 아찔한 느낌에서 와이 프로젝트의 로맨틱하고 우아한 옷에 대한 가능성마저 엿볼 수 있는데요. 

이 프린팅도 이번 시즌 디테일. 이런 디테일이 들어간 옷들은 팝하고, 멋스럽게 잘 녹아드는 컬러 조합을 눈여겨보면 좋을 듯합니다. 세련되어 보이면서 오묘하고 아름다운 느낌. 정말 멋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독특한 디테일들. 그러나 단순히 과하게 디테일만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손이 가는 ‘실용성’과 입은 사람마다 달리 빛을 뽐내는 ‘독창성’까지 고려합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트렌드를 앞서 나가며 성장하고 있는데요. 역사가 유구한 패션 브랜드는 아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와이 프로젝트. 긍정적인 에너지 뿜뿜한 이 브랜드를, 앞으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