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P이 가진 세가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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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4.

💌 CUP이 가진 세가지 목소리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CUP'

물이나 음료 따위를 따라

마시려고 만든 그릇.

2022.05.01

과자 하나 살 때도 낱개로 분리할 수 있는 과자를 택하는 사람. 나누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묵직하게 육박해오는 '함께'라는 의미를 이해한하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오렌지 주스 하나 사더라도 1.5리터짜리 커다란 페트병에 든 것을 사고는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의 빈 컵으로 옮겨진 후에야 비로소 ‘사랑’이 되어 유통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누어지지 않고 나만 손댈 수 있는 재고로 남으면, 결국 시간이 흘러 먼지가 쌓이고 바래진 마음으로 잊혀 버리니까.

디자이너 유현상.

※ Design comme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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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달려 있는 머그. 인체에서 영감을 얻어 그로테스크한 형태를 쓰임새 있는 오브제로 풀어낸다는 ‘2200B1’의 철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선과 양감이 조형적인 미를 이루며 생경한 무드를 자아낸다.

2022.05.02

컵 속에 많은 밀물과 썰물을 끌어왔다. 일어나는 파동에 이야기를 담았다. 여러 형태의 이야기들. 넓은 세상에는, 나의 컵 밖에는 내가 모르는 어떠한 삶의 격동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일상이 그대로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일상이 잘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정확하게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따뜻하게 고여 있는 삶. 머무른다는 것은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선택 하에 ‘움직이지 않는 것’인데, 밖으로 멀리 나간 적도 없으면서 지금은 염치없이 이 즐거운 현재에만 머무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이나마 밖으로 벗어나려는, 찰랑이는 뒤척임은 바로 그 미지의 영역을 궁금해하면서도 지금의 소중한 것들은 잃고 싶지 않은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디렉터 황예인.

※ Design comme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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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하고 귀여운 일러스트가 시선 강탈. 음료를 담아 마셔도 좋지만 필기구를 정리하는 등 공간에 포인트가 되어주는 쓰임새를 자랑한다. 여러분의 대담한 컬러풀 라이프를 위하여.

2022.05.04

이상하리만치 눈이 가는 컵이었다. 보고만 있으면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싶어지는, 문득 생각나는 어릴 적 기억에 너털웃음 짓게 되는.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엔, 한 달에 한 번은 가족들과 함께 가좌 산에 올랐다. 보폭이 넓은 오빠보다 뒤처질세라, 좁고 길게 난 길의 가장자리만을 바삐 따라걸으며 연신 땀을 훔쳐댔다. 생의 시작과 끝이 있는 그 푸른 이야기 속에서, 우리 가족은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나무들의 그림자에 발을 맞췄다.

하산하면 어느 한 대학교의 건물과 이어지는데, 그 건물에는 작은 기쁨이 있었다. 바로 코코아 자판기. 우리는 건물 주변에 앉아 손을 맞대고 함께 코코아를 마셨다. 피로 사이로 톡, 하고 부딪치던 컵의 감촉, 노랗게 번져가는 겨울의 노을. 나는 바닥나가는 코코아의 뒷자락과 아버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한 잔 더 마시면 안 돼요?’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200원이라는 값어치를 못했던 너무나 달콤한 코코아를, 커피를 마시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맑고 둥근 웃음을, 뿌옇게 바래지던 그 하늘의 질감을.

에디터 허아란.

※ Design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