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의 얼굴인 쌈지길을 돌아보고, 주변 식당에서 든든히 배 채우고 떠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유일한 재미라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크나큰 오산이랄까요.

인사동의 매력은 잠깐의 여유를 틈타 한적하고 느긋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따스한 봄을 누리랴 패션도, 향기도, 분위기도 바꾼다고 쉴 틈 없이 바빴다면. 가득 채워진 옷장과 서랍과는 반대로, 마음을 비워줄 볕과 바람이 머무는 곳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봄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인사동 공간들, 정리해 놓은 리스트를 아래에서 봐주시길!

무겁고 정형화된 차가 아닌 일상에서도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도록 소박하지만 진중한 마음을 담았다는 ‘토오베’. ‘특별(特別)한’이라는 의미를 담은 토오베는 우롱차부터 수미 백차, 새잎차, 일월담 홍차, 내추럴 와인과 위스키 등의 음료와 그리고 이와 어울리는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에요. 그저 우리는 찻잎을 덜고 주전자 덮개를 짚은 채 물을 붓고, 통유리 너머의 화창한 날씨를 즐기면 됩니다.

레드와 옐로우 등 비비드한 컬러와 화이트의 조합이 마치 갤러리에 방문한 것 같은데요. 나이트 프루티, 이스트 스모크 등 감각적인 국내 젊은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준비한 감각적인 다구와 식기들 또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토오베에 방문했을 때 꼭 먹어봐야할 시그니처 메뉴는 ‘레몬 젤리'. 진짜 레몬 껍질 위에 레몬빛 젤리를 살포시 올린 티 푸드인데요. 새콤달콤하고 고급진 맛에 고소한 차가 계속해서 넘어가지요. 아, 토오베는 방문 전 예약 필수이니 참고해 주시길! 

2009년, 뉴욕 맨해튼과 서울에서 시작된 '애쉬크로프트(ASHCROFT)'는 고전적인 것들의 가치에 현대의 매력을 부여한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입니다. 안경 디자이너 심익태, 그리고 맨해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Scully와 개발자 Michael Gircuard에 의해 동시 런칭되었다고 하는데요. 애쉬크로프트의 안경은 모델마다 고유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설가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문인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

컬러 매치와 소재 선택 등, 완제품 과정의 모든 디테일이 디자이너의 통제 하에 진행된다고 하는 만큼, 이들의 제품으로 가득 메워진 쇼룸 ‘애쉬크로프트 인사점’의 인테리어 또한 심상치 않습니다. 마치 아이웨어만 연구하는 과학자의 ‘실험실’에 들어온 듯, 미스테리하고 앤티크한  공방 인테리어를 자랑합니다. 기능을 떠나 아름다운 오브제로서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안경을 제작한다는 애쉬크로프트, 제품을 사지는 않더라도 꼭 한 번쯤 들려 봐주세요. 

미니 이자카야 겸 생맥주 집. 인사동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요. 오래된 한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만든 공간이라, 한옥 작은방 안에 들어앉아 술 한잔하는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사장님이 직접 요리하는 1인 주방이라 모든 메뉴는 주문 즉시 조리합니다. 주류에는 생맥주뿐만 아니라 일품진로, 화요, 안동소주, 그리고 사케류가 있고, 안주는 야끼우동, 와사비 문어, 오코노미야끼, 나가사키 오뎅 등 약간의 퓨전이 가미된 일본식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주문부터 요리, 서빙까지 사장님이 직접 하시는 가게로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데요.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맛있는 요리와 함께 여유를 즐기는 시간으로 데이트를 끝마치고 싶다면 스토구를 방문해 보세요.

“내가 직접 부딪히며 찾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조금은 헤매보고도 싶었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권진아 만의 색깔을 여실히 보여주는 노래. 우리가 발라드를 떠올릴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예쁜 소리만을 끌어모은 듯. ‘여행가’는 가수 ‘권진아’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곡입니다. 유유하고 자유롭게 꿈꾸는 듯한 곡 분위기,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보이스가 특징이죠.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오는 대로 뱉어낸다는 권진아. 그래서일까요, 저에게는 권진아가 내뱉는 가사 하나하나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바람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