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저는 미용실만 가면 패션 잡지를 뒤적거렸습니다.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예쁜 모델들에 늘 시선을 빼앗겼죠. 풍성하게 내리 앉은 스커트의 실루엣이 얼마나 예쁜지,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 옷장에서 몰래 원피스 한 벌을 꺼내 입기도 했어요.

한 벌의 편리함, 그래서 더욱이 심플하게 아름다운. 똑 떨어지는 우아한 실루엣에, 다채로운 패턴, 편안한 소재를 갖춘 원피스 하나면 오는 계절을 패셔너블하게 보낼 준비가 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톡톡 튀는 컬러의 니트 원피스부터 바디 실루엣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쿨한 크로셰 원피스까지! EGOZINE 패션 아티스트들 역시 디자인과 피트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다재다능한 원피스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따스한 볕이 쬐고 투명한 바람이 불어오는 딱 요즘 날씨에 입기 좋은 ‘원피스’의 간단한 변천사와, 그 다채로운 활용법을 소개합니다.

한 장의 천으로 만들어졌다고 원피스(ONE PIECE)라고 부르는 건 아닙니다. 절개선이나 웨이스트 봉합선이 있어도 오직 단 하나의 구조로 되어 있을 때 우리는 원피스라고 일컫지요.

원피스의 기원이라고 알려진 고대 이집트. 고대 이집트 여자의 기본 복식은 ‘튜닉’이라고 불렸는데, 가슴 선에서 발목까지의 옷 길이를 자랑하는 ‘원피스’였어요. 어깨에 2개의 멜빵이 달려있거나 V자형으로 끈이 달려 있었죠. 그 당시에는 튜닉이 활동이 불편할 정도로 몸에 밀착됐지만, 거의 모든 계급의 여성들이 즐겨 입었던 원피스였어요.

화려한 가운을 입었던 16-17세기를 지나, 19세기에 이르러 우리가 잘 아는 ‘원피스’가 등장합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복잡한 장식 없이 보석류를 간단히 장식한 단순한 형태의 원피스를 입었어요. 바로 한국인들이 ‘드레스’라고 부르는 옷이었는데요. 드레스는 엠파이어(empire), 크리놀린(crinoline), 버슬(bustle)의 형태로 차례대로 변천하게 됩니다. 그러다 1910년, 호블(hobble) 스커트가 유행하면서 원피스와 함께 정장에 착용되는 테일러드 슈트가 등장하죠.

현재는 미니, 뷔스티에, 맥시, 니트 등 원피스의 형태가 점차 다채로워진 추세인데요. 브랜드 별로 제 색깔을 녹인 원피스를 출시하고 있는데, 이렇게 존재감 뚜렷한 원피스 한 벌이면 데일리룩 걱정 끝이지요. 그렇다면 오늘날의 패션 피플들은 원피스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자유분방한 믹스매치의 고수답게 알렉사 청의 원피스 취향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검정 가죽 퍼프 소매와 플라워 러플 스커트가 어우러진 스모크 원피스. 고스(goth)함과 걸리쉬(girlish)한 무드가 매력적이네요.

장식의 부재가 오히려 더 완전해 보이는 이유. ‘블랙’이기 때문입니다. 간소한 검은색 원피스임에도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아요. 우아한 주름과 슬릿 디테일이 돋보이는 블랙 롱 원피스가 이 룩의 주인공. 특유의 드레시한 분위기와 함께 보디라인에 착 감기는 산뜻한 착용감을 자랑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모던하고 도회적인 무드를 자랑하는 블랙 컬러의 매력을 잘 설명해 주는 룩이네요.

보고만 있어도 기분 전환이 되는 에디터의 원픽 스타일링은? 캐주얼하면서도 도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니트 원피스. 보디를 따라 흐르는 섹시한 실루엣에 스포티한 화이트 탑을 더했습니다. 탑의 디테일인 골드 주얼리로 고급스러운 매력을 더해 룩의 밸런스를 센스 있게 조율했어요. 

봄이든 여름이든 요긴하게 잘 입을 수 있는 원피스 덕분에, 굳이 상하의 아이템을 나눠 살 필요가 없는데요. ‘손이 자주 간다는’, 원피스가 가진 확고한 장점으로 쇼핑을 변명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말하지요. 원피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다른 상하의 색상, 디자인, 코디에 대해 일절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음, 앞서 여럿 인플루언서들의 데일리룩을 보기도 해서 어느 정도는 공감하지만, 100%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원피스는 분명 레이어드해도 매력적인 아이템이거든요!

봄과 여름이라는 계절을 강타할 컬러는 역시나 블루. 바다를 연상케 하는 청량한 블루 컬러를 주인공 삼아봤어요.

팝한 컬러의 플로랄 패턴이 돋보이는 크로셰 맥시 원피스! 블루 컬러의 레더 재킷을 더했지만, 컬러 덕분인지 답답하지 않고 시원해 보이기만 하죠. 원피스의 시스루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분들을 위해, 아우터로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바디의 일부분을 가리는 것이 고난도의 트릭. 여기다 드레스의 플로랄 패턴과 어울리는 비즈 플로럴 디테일의 초커 네크리스로 심심한 넥 부분을 꾸며주었습니다. 

블루와 잘 어울리는 핑크를 세컨드 컬러로 잡았어요. 해변 느낌 물신, 야자수 프린팅이 센스 있게 들어간 매쉬캡을 매치하고, 마찬가지로 베이비핑크 컬러의 숄더백을 택하여 보는 거죠. 캡과 컬러가 어우러지면서 전반적으로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마지막으로 신발은 톤다운된 브라운 컬러의 스웨이드 웨스턴 부츠로 유니크하게. 플로랄 원피스에는 그야말로 ‘샤랄라’한 슈즈를 신는 게 일반적이지만, 좀 더 투박한 매력의 신발을 매치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자, 어떠한 가요. 해변을 따라 런웨이 할 것 만같은 압도적인 멋스러움이 탄생했네요!

한 끗 차이로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패턴 원피스. 캐주얼한 아이템들과 섞인 블랙 베이스의 이 체리 패턴 원피스는 지금 그 누구보다 본연의 매력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빈티지한 볼캡을 푹 눌러쓰고, 어깨에는 숄더백을 무심하게 걸친 뒤, 투박한 닥터마틴을 신고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스타일리쉬함. 누구나 도전해 볼 법한 이 센스 있는 룩은 마치 플로리다 해변을 걷는 모델 못지않네요!

새틴 원피스는 특유의 드레시하고 고급스러운 질감이 있지요. 그래서 새틴 소재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하는데요. 

예쁜 새틴 블루 원피스 위에 화이트 데님 재킷을 걸친 장면은 여러분을 거리 위 ‘패션 스타’로 등극하기까지 충분한 매력을 갖췄습니다. 화이트와 블루라는 청량한 조화, 길게 늘어지는 매끄러운 실루엣, 귀여운 컨버스 하이와 핑크백까지. 페미닌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이 스타일링은 어디 비할 데 없이 독보적. 아, 요즘같이 더워지는 날씨에 산책 룩으로도 제격이니 잔디밭에서 인증샷은 필수인 거 아시죠?  

오묘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이보다 매력적인 참고서는 없습니다. 동양적인 미와 서양적인 분위기가 버무려진 룩. 원피스의 양옆에는 작게 턱이 잡혀 있는데, 마치 부채 같기도 하고, 아코디언 같기도 하지요. 이 이중적인 매력을 그대로 강조하기 위해, 얼핏 보면 페도라 같은 맥고모를 매치하고, 포인트가 되어줄 키치한 브레이슬릿과 판다 백, 하트 목걸이를 더했습니다. 

볼드한 솔을 가진 첼시부츠의 존재감은 확실합니다.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컬러를 밝은 톤으로 택하여 보일 듯 말 듯 존재감을 발휘하는 은은한 매력으로 중화시켰습니다. 이 사랑스러운 착장은 분명 휴대폰에 저장하고 두고두고 열어보고 싶게 만들 것! 

기막히게 고른 원피스 하나는 옷 입는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옷장에 두고 매년 꺼내 입는 스테디한 아이템이 되기도 하며, 더 나아가 날 좋은 날 기분 전환 시켜주는 촉진제가 되기도 합니다.

포인트가 되는 유니크한 원피스를 무심하게 입은 인플루언서들 하며, 원피스를 자기 취향대로 맛깔나게 스타일링한 이고진의 아티스트들까지. 스타일링 참고서로 제격인 그들을 보며 이번 봄과 여름을 그 누구보다 밝고 경쾌하게 보내보세요. 아, 곧 체형별로 원피스를 고르는 방법까지 다뤄드릴 예정이니 그것 또한 기대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