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날이 더워졌습니다. 뜨거운 햇살에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네요. 도시에서 바쁘게 생활하는 이라면 바다의 필요성에 응당 동의하는 바일 텐데요. 컨셉 카페, 인생 네 컷, 영화관, 소품샵 등 각종 라이프스타일 공간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즐거운 콘텐츠는 바로 ‘바다’인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랴 여유로움을 잠깐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해변을 걷는 그 자유로움은 늘 기억해야 하기에. 오늘은 탈출을 꿈꾸던 1980년대에 유행했던 계열, ‘마린(marine)’향수를 소개해 드립니다. 바다가 가진 자유, 고요함, 상쾌함, 포근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향수 3가지를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다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기억할 수 있는 푸르른 향, 'MARINE'. 활기차고, 신선하고, 상쾌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것이 특징. 남녀노소 구분없이 매년 사랑받고 있는 향이고, 특히 더운 여름날에 높이 평가되지요. 시트러스, 아로마틱, 혹은 플로럴 향과 함께 썼을 때 그 매력이 배가 되는 향이기도 해요.

입기만 하면 무슨 옷인지 묻는다는 브랜드. 이제서야 다루네요, 명불허전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마르지엘라는 파리에 본사를 둔 패션 하우스로 1988년 벨기에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에 의해서 설립되었습니다. 패션 라인 중에서 ‘레플리카(Replica)’가 있는데요. 옷의 오리지널 아이템이 만들어진 시기와 원재료를 반영하는 라벨이 특징이지요. 레플리카 콘셉트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영원함과 세월이 흘러도 건재한 의상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래서 레플리카 라인은 옷의 ‘보편적인 기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패션 라인에서 영감을 받아 2012년에 탄생한 ‘레플리카 프래그런스 컬렉션(REPLICA Fragrance Collection)’. 변하지 않는 영원한 13종의 향을 출시해 왔는데요. 각 향수들은 삶의 순간 속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의 다양한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고 소중한 추억들을, 그때의 감정들을 향을 통해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마르지엘라 향수 중에서 여름이 가까워져 오면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는 향수, '레플리카 세일링 데이(Sailing Day)’를 먼저 소개해 드립니다. 드넓은 바다 위 보트에서 보낸 하루에 대한 기억과, 끝없이 푸른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향이에요.  

향수의 메카라고 불리는 프로방스 그라스(Grasses)를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 ‘프라고나르(Fragonard)’를 아시나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5개의 향수 박물관을 직접 운영하고 있을 만큼, 그야말로 향수에 ‘진심’인 브랜드입니다. 1926년 로코코 미술을 대표하는 그라스 출신 예술거장,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를 기려 브랜드 이름을 네이밍했다고 해요. 그 이름 따라 브랜드 프라고나르는 그라스의 자연과 예술이 고스란히 어우러진 향수를 제작하는데, 그 기술이 너무도 뛰어나 2018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

구어망드 향수를 다뤘던 저번 취향 콘텐츠에서, 영화 ‘향수(Perfume: The story of Murderer)’를 소개해 드렸지요. 프랑스 그라스는 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의 배경지이기도 합니다. 지중해성 온화한 기후로 프랑스 절반 이상의 천연 에센셜 오일을 생산하는 그라스가 ‘향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유이죠. 프라고나르 조향 학교 출신의 장인들은 그들의 예술 정신을 담아 직접 이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고 조향하며, 제조, 포장까지 직접 자체 공장에서 소량 생산하다고 합니다.

바다는 향긋한 환희에 잠겨 있는 데, 누군가에게는 그저 짭짤함으로 다가올 수도.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가까이 사뿐히 다가가 고개를 들면 두둥 떠서, 싱긋 웃어 보이는 여린 장미와 자스민이 있습니다. 여러 화이트 플로럴 향들은 모습을 바꿔가며 매일매일 바닷물을 끌어가고 부드럽게 리드해 줍니다. 물 위에 두둥실 떠다니며 반짝반짝 빛나는 꽃들의 아름다운 광경.

자물쇠로 잠겨 있는 고급 클래식 백, 고급스러운 오렌지 상자, 마차 그림의 로고,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힉 소리날만큼 비싼 가격. 우리가 ‘에르메스(Hermes paris)’를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명품계의 명품, 그 위엄을 자랑하는 에르메스라 일상에서 흔히 보기 힘들만큼 귀한데요. 가질 수 없다고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맛보는 걸 아예 포기하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기에. 그래서 저는 향수를 사봅니다. 가장 빠르고 쉽게 그 브랜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에르메스 전속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은 전합니다. 에르메스는 입사하기 전과 후의 이미지가 굉장히 다른 브랜드라고. 전통을 중시하는 클래식한 회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반짝반짝한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해요. 에르메스는 향 크리에이터들에게 ‘한 해에 몇 개의 제품을 만들어라’와 같은 주문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간’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조향사들, 그들이 고심해서 출시하는 향이 궁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지금 소개해드리는 에르메스 향수는 시원한 바닷가를 맨발로 걷다 조약돌 발견하는 어린 시절 바캉스의 추억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놀라움에서 마술로, 마술에서 매혹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는 향. 마치 몽환적인 구름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다는 데요. 패키지 또한 별 가루가 쏟아지는 청량한 블루 색 구슬 모양의 케이스로, 시원한 분위기를 배로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