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색채와 패턴, 독창적인 컨셉의 캠페인. 마치 가상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구찌 페스트’의 패션 영상 15팀에 선정되어 최근 주목을 받았는데요.

 화려한 플라워 패턴과 톡톡 튀는 컬러는 단순히 입고 벗는 ‘옷’이라기보단 하나의 아트피스처럼 느껴집니다. 이들이 가진 반전은, 오직 재고 원단(Dead stack)이나 중고 의류만을 활용하여 옷을 제작한 다는 사실. 틀을 깨는 독창성, 지속가능한 패션을 향한 꾸준한 실천은 현재 콜리나 스트라다가 패션계에서 예술적 위상을 차지하게 될 수 있게 한 궁극적 이유일 겁니다.

디자이너 '힐러리 테이무어(Hillary Taymou)'에 의해 LA기반으로 전개되는 브랜드, 콜리나 스트라다. 스타일리시한 친구들을 위한 작은 컬렉션이 컨셉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이 브랜드는2008년 가을에 출시했습니다. 강력한 텍스처, 혁신적인 디테일, 빈티지하고 현대적인 영향을 받는 독특한 모양이 이 브랜드의 특징.

콜리나 스트라다의 디자이너는 힐러리 테이무어(Hillary Taymou)입니다.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제품 개발과 경영학을 전공하였는데요. 2009년 핸드백으로 시작하여 2010년에는 브랜드 콜리나 스트라다를 의류 브랜드로 전환하였습니다. 그녀는 지구 온난화, 성 중립, 흑인 인권, 미국 트럼프 정부의 여행 금지 정책에 대한 반대, 확대되는 사회적 문제에 항상 관심이 많아요.

캘리포니아 남부의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란 힐러리 테이무어는 특히 환경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그녀의 모든 작품에 핵심 키워드로 반영되어 나타날 정도이죠. 식물 성분으로 제작한 핸드백 사업에서 기성복으로 영역을 전환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핸드백은 아무리 천연 가죽을 활용해 보고자 한들 어느 부분에서는 필수적으로 동물 가죽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아 과감히 핸드백 사업을 포기했다고 해요.

사회 문제들을 무겁지 않게, 가볍고 재미있게 옷으로써 풀어내고자 하는 것이 힐러리 테이무어의 목표. 그녀는 이런 사회적 문제들은 패션계에서 일시적 유행이나 반짝 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법률로 제정되고 지속적인 시스템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이 진지한 방식이 아닌, 재미있고 유쾌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더욱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것이 콜리나 스트라다의 옷이 늘 위트있고 에너지틱한 이유이죠.

“옷은 기분과 에너지, 자신감을 좌지우지합니다. 그래서 저는 힘을 북돋우는 저만의 방식으로 디자인을 해요. 진정한 자신에 가까워질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거죠.”

콜리나 스트라다 라는 독특한 브랜드 이름은 힐러리 테이무어의 이탈리아 친구들이 그녀의 이름 중 ‘힐(Hill)’을 이탈리아어 ‘콜리나(Collina)’로 발음하는 데서 착안했습니다. 여기에 거리를 의미하는 ‘스트라다(Strada)’를 붙여 애칭처럼 부르게 되었다고 하죠.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해요. 그녀가 걸어갈 길,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과정이 마치 언덕을 올라가는 쉽지 않은 여정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여러 사회문제를 컬렉션 주제로 삼고 있는 콜리나 스트라다는 프로젝트, 소재, 모델이나 소품, 연출 등 여러 방면에서 개성을 부각합니다. 쇼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인종, 성별, 나이, 체형 조건 등 고정 관념을 탈피한 인물로 구성됩니다. 일반 대중들과 동질감을 형성하는 거죠. 갓난 아기부터 임산부, 노인에 이르는 일반인 모델을 비롯해 신체장애인, 성 소수자 등으로 모델의 다양성을 추구해요.

가령 2017SS는 ‘IT’S MATTERS’라는 주제로 컬렉션을 전개하면서 미국 내 흑인들의 생명과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는데요. 일반인 흑인 모델만이 등장한 쇼였습니다. 흑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문제를 제고한 동시에, 모델의 다양성 추구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올해 SS 패션쇼도 남달랐습니다. 뉴욕 한복판에 위치한 루프톱 농장인 브루클린 그레인지(BROOKLUN GRANGE)가 쇼장이었어요.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컬렉션 룩, 멋스럽게 차려입은 모델들의 손에는 당근과 딱정벌레가 있었다고.

뉴욕 펑키룩이지만, 약간의 히피와 보헤미안이 가미된 무드. 콜리나 스트라다의 디자인은 다소 난해해 보이지만, 불과 2019년 전만 해도 단색과 문양이 없는 무지 디자인이 중심을 이루었는데요. 친환경 및 사회적 메시지에 본격적으로 집중한 이례로는 다채로운 색과 문양이 활용됩니다. 이는 작품 대부분을 재고 원단을 활용하고 여러 환경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소재의 재활용에 집중했기 때문이지요.

정교하고 세련된 장식기법 대신, 홀치기염색이나 어린아이 낙서 같은 재미있는 핸드 드로잉, 그래픽 이미지, 일러스트 등을 활용합니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디자인에서는 사회 문제를 너무 무겁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디자이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여기다 텀블러, 에코백, 작은 화분, 각종 원예 도구 등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환 경보호 운동에 대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등 여러 장치를 추가한 것이 특징.

콜리나 스트라다의 최근 컬렉션은 단편영화 형태의 실험적인 디지털 비디오 플랫폼으로 선보였는데요. 그 단편영화의 이름은 '더 콜리나스(The collinas)'. 2000년대 미국의 유명 드라마 ‘더 힐즈’를 패러디한 단편 영화로, 지속가능한 뉴욕 펑키룩이 매력적이게 잘 담겼다고 호평을 받았지요.

단편 영화 ‘더 콜리나스(The collinas)’에서는 ‘토미 도프먼(Tommy Dorfman)’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여주인공 토미 도프먼은 뉴욕의 콜리나 스트라다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신상 라피아 토트백을 들고 샌드위치를 먹고, 시시각각 셀카를 찍고, 일회용 컵으로 술을 들이켜는 등 정신없으면서도 위트있고 진지한 연기를 선보였지요. 영상에서 등장한 룩들은 지속가능한 소재와 프린트, 그래픽 아트, 천연 염색 기법의 타이다이가 더해지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유쾌한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몇가지 룩을 살펴 볼까요!

“우리는 지금 중대한 변화 속에 있다. 끊임없이 하다 보면,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동참해줄 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설립된 이례로 꾸준히 브랜드의 정체성을 모색해온 그들. 지금은 여러 사회문제에 대하여 일침을 날리는 브랜드가 되었는데요. 그것의 표현 방식이 고루하지 않아 더 쿨하고 멋지게 느껴집니다. 언제나 밝고 경쾌한 무드를 보여주는, 그리고 확고한 신념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패션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콜리나 스트라다. 패션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브랜드가 더욱더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