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핀 듯 새로운 스타일의 신발들이 기지개를 켜는 이번 시즌. 그중에서도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고집불통의 사내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뎀나 바잘리아’,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디렉터이죠.

그는 무려 몇 년째 사이하이 부츠(Thigh high boots, 허벅지 위로 올라오는 부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그가 기획한 매 컬렉션마다 등장할 정도입니다.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 은은한 메탈릭 광택 소재, 크고 작은 모공이 드러나는 거친 레더 소재까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요. 다른 브랜드들 또한 뎀나 바잘리아가 이끈 사이하이 부츠 트렌드에 가담하고 있는데요. 매끈한 실루엣이지만 또 강인한 사이하이 부츠,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시선이 갑니다.

먼저 거리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롱부츠는 또 친화력이 좋거든요. 어두운 컬러의 재킷과도 단짝 친구처럼 잘 붙지만, 이번 시즌 샤넬(Chanel)의 넉넉한 러버부츠를 보면 또 화려한 트위드 재킷과도 어울리는군요. 드레시한 룩에 더해지면 화려함을 중화시키고, 또 원피스와 함께하면 나풀거리는 치맛자락과 상반되어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간결한 실루엣에 입체감을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레이어링에도 제격이죠.

묘한 매력은 ‘중성적인 느낌’을 수용하는 것을 통해 시작됩니다. 이를테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룩에 뉴스보이 캡과 박시한 아우터를 더하는 식이에요. 아니면 약간 펑크한 핑거리스 글러브를 더하거나. 이렇게 기존의 룩에서 무드를 덧대는 과정에서 새로운 실루엣과 프로포션이 만들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블랙 레더 롱부츠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미디스커트’를 선택한 것은 센스.

사이하이 부츠의 매력을 인정합니다. 어떤 룩이든 세련되고 하입하게 만들어주네요. 그래도 아직 한국의 길거리에서는 사이하이 부츠를 신은 사람들을 보기 어렵습니다. 아직 가을이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요.

어쨌든 사이하이 부츠로도 모자란 갈증 해소를 원한다면, 무릎뼈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는 니하이 부츠(Knee high boots)에 주목해 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니하이 부츠와 한국의 사계절은, 정말 시대를 안 타는 영원불멸의 조합이거든요.

“Point color”

오직 세 가지 컬러만 보이지만, 신선하게 보이는 이유. 뻔한 공식이 되지 않도록 ‘신박한 아이템 매치’로 숱한 연구를 거듭했기 때문이죠. 특히, 매끈한 굴곡의 부츠와 페도라는 마치 세트로 나온 듯 근사합니다. 부츠의 실루엣이 잘 보이도록 팬츠를 부츠 안에 넣어서 입으면 ‘이 세대의 카우보이’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요. 블루 컬러의 스타디움 재킷에 페도라, 선글라스와 실버볼 네크리스로 디테일을 잡은 멋스러운 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