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패션 좋아하는 사람들은 따로 시간 내어 패션쇼를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올해는 어떤 패션 스타일을 즐겨볼지 고민이 될 때 디자이너의 시선은 달콤한 힌트가 되어주거든요. 오늘 EGOZINE에는 지금까지 다뤘던 패션 브랜드 중 5가지를 선정하여 그들의 최근 컬렉션을 소개합니다. 잠깐 눈을 뗀 사이에 이들은 한층 새롭고, 농익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소중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반갑고 산뜻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괄량이 공주님들이 입을 것 같은 브랜드, 딱 하나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저는 ‘MIU MIU(미우미우)’라고 생각합니다. EGOZINE에서 제일 처음 다뤘던 하이엔드 브랜드이기도 한데요 미우미우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와는 반대로 오직 젊고, 세련된 무드를 추구한다는 겁니다. 고급스러움만을 추구하는 패션계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른 브랜드죠. 실제로 미우미우는 로우라이즈 스쿨룩을 선보였던 지난 2022 SS 패션쇼 이례로 가히 독보적인 궤도를 걷고 있어요.

우아함을 추구하지만 일탈에 욕구가 있는 열정적인 사람. 미우미우의 디자인에는 추함과 아름다움, 고급스러움과 값싼 것 등 모순적인 요소를 마구 뒤섞어버리는 장난기가 서려있습니다. 가령 이번 2023 SS 패션쇼를 훑어 볼까요. 속옷과 겉옷을 순서 없이 마구 엉키게 입은 모델, 재킷을 앞뒤 거꾸로 뒤집어 입은 듯한 원피스를 입은 모델,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편한 게 제일이라는 듯 스포츠 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피스들이 눈에 띕니다. 마치 부자집 딸내미들이 편하게 산책나갈 때 입고 나갈 것 같은 옷. 반항적이면서도 우아한 광경입니다.

대담한 컬러웨이, 미니멀리즘과 정교한 테일러링의 가장 이상적인 접점을 이뤄낸 그 주인공. 햇살처럼 산뜻하고 화사한 느낌의 영스트릿웨어를 제작하는 이탈리아 기반 하이엔드 브랜드, ‘sunnei(써네이)’는 이미 한국에서도 알려질 대로 알려진 하이엔드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깔끔한 실루엣, 비비드한 컬러, 독특한 디테일, 스포티한 무드가 담긴 자유분방한 발상입니다. 깔끔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지만 밝고 화사한 색감을 잘 배합하여, 포인트가 되는 아이템이 눈에 확 들어오게 스타일링하는 것이 써네이의 강점이에요. 2023 SS 쇼 이미지를 보시면 느낌이 바로 오실 텐데요. 이탈리아 남부에서 흔히 볼 듯한 쨍한 컬러를 활용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당장이라도 써네이의 옷을 입고 해변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LEMAIRE

지난 시즌 셔츠 위에, 새 시즌의 코트를 걸쳐도 그저 ‘LEMAIRE(르메르)’입니다. 시즌의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로 진한 색깔을 가진 브랜드는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옷’이라고 칭할만하죠. 늘 우리의 곁에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옷, 실용적이며 오래도록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르메르 과연 이번 시즌에 어떤 작품들을 내놓았을까요.

이번 시즌 르메르는 언제나 그랬듯 자연스럽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일상을 바라보는 듯해요.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거나 눈짓, 미소 등 자신만의 자유로운 제스처를 하는 모델들. 르메르만의 미학입니다. 몸과 옷 사이의 넉넉한 사적인 거리를 허락하여,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옷의 실루엣이 자연스레 바뀌는 재킷, 비대칭 버튼 여밈으로 허리에 자연스러운 주름이 생긴 셔츠, 그리고 스킨톤과 어우러지는 뉴트럴 컬러의 팬츠류들. 보기만 해도 눈이 편안해지는, 모호하면서 활동성과 기능성을 갖춘 훌륭한 디자인이네요. 과연 르메르입니다.

MM6 Maison Margiela

패션으로 대중을 매료시키는 일, MM6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듯합니다. 패션계에 새로운 역사를 쓴 해체주의 선구자 마르탱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그가 1989년에 설립한 패션 하우스인 메종 마르지엘라의 세컨드 라인이 MM6 (MM6 Maison Margiela, 이하 MM6)입니다. 오늘 우리가 마지막으로 볼 브랜드에요.

마르지엘라가 아방가르드 해체주의 쪽에 가까웠다면, MM6 라인은 클래식한 아이템에 디테일을 추가하는 등 조금 더 대중적이게  풀어낸다는 점이 다릅니다. 혁신적인 디테일도 존재하지만, 편안함과 심플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MM6의 최대 장점. 마르지엘라의 오묘한 매력에, 오랫동안 입고 신을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의 ‘베이직함’이 더해진 모습이죠. 패스트 패션이라는 키워드와는 가장 거리가 먼 브랜드이지 않을까요.

이번 SS 컬렉션에서는 격렬한 발레 동작을 염두에 두며 옷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옷을 입은 사람의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소재, 관절을 부드럽게 감사는 디테일이 쇼의 관전 포인트였죠. 발레리나의 토슈즈 같은 뿌엥뜨 스타일로 재해석된 싸이하이 부츠, 발레 무용수가 입는 레오타드를 변형한 재킷 등. 우아하면서도 웨어러블하고, 시크한 게 딱 MM6의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준 쇼였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