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통나무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에겐 막연한 목표가 있었다. 그러니까 원목 가구,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오브제들, 그 광경 속에서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칸디나비아 무드’로 집을 치장하고 싶은 것이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보내는 춥고 어두운 겨울을 떠올려보자. 거의 6개월의 긴 겨울 동안 햇빛을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실내에선 아주 안락한 느낌을 주는 원목 가구를 고집한다고. 따라서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의 핵심은 안락한 환경을 조성하는 미니멀리즘이다. 자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원목 유기농 재료와 자연에서 따온 패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화려한 미보다 실용성과 미니멀리즘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딱 내 취향이었다. 나는 당장 아침밥을 먹는 미니 테이블부터 원목으로 바꿨다. 안락한 원목 테이블 위의 소박한 아침상. 영화 리틀 포레스트 부엌의 실사판이랄까.

내가 지내는 공간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키워드를 정하고, 그 공간에 어울릴 법한 색이 무엇인지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는 것이다. 가령 우리 집 거실은 ‘휴식’이다. 재택근무하는 날이지라도, 내가 거실로 업무를 끌고 오는 일은 절대 없다. 마음을 비우고 기분 좋은 영감과 휴식으로 가득 채우는 곳. 그곳이 거실인 것이다. 

그 내면의 평화(inner peace)와 가장 닮은 색은 바로 무채색이다. 무채색을 활용하면 깨끗하고 퓨어한 공간 무드를 잘 살릴 수 있다. 벽이 무채색이 아니더라도 이런 페브릭 액자를 활용하면 좋다. 블랙과 화이트라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조합, 러프하게 담긴 붓 터치, 촘촘하게 짜인 겉면은 중구난방으로 가득 찬 나의 머릿속을 공백으로 비워주는 느낌이다. 다른 효과도 있다. 거실에서 낮잠에 들 때면 이 이상야릇한 그림이 단꿈처럼 잔상으로 남기도 하더라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낮잠 필수다. 거실이라면, 쿠션도 필수다. 이상하게 폭신한 침대와 베개보단 딱딱한 소파와 쿠션이 더 편안하다. 살짝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햇살이 들어와 소파를 따뜻하게 달구기도 했고, 먼지 몇 톨이 꽃잎처럼 흩날리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거든.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잠들고 싶다. 봄볕 아래 나른하게 누워있는 고양이처럼 말이다. 일렁이는 봄바람을 얼굴로 넌지시 느끼며 쌓여있던 일상의 독소를 풀어내는 시간, 낮잠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 좋다.

하루의 마무리는 물 주기. 갖가지 식물을 집에 들였다. 겨우내 매서운 풍경에서 벗어나 실내에서만큼은 포근한 자연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삭막한 겨울을 견디면 찾아온다는 희망. 그 희망은 봄이라는 계절 속에서 식물을 통해 제일 처음 증명되는 느낌이 좋았다. 커다란 화분이 아니어도 괜찮다. 곳곳에 자그마한 화분을 두고, 기르기 쉬운 허브 식물을 키워보는 것. 

초록색은 눈에도 좋고 마음 건강에도 좋다는데. 그러나 식물을 키우는 이유는 또 있다. 때로 향기는 빛깔보다 더 소란하게 봄을 알리거든. 버지니아, 바질 등 싱그러운 풀 향기가 점차 집안을 메운다. 자분자분 다가와 봄이 왔음을 알리고, 아기자기한 꽃내음을 상기시켜준다. 그 황홀한 풍경 속에서 나는 매일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