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붙잡아 두는 법을 묻더군요.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면서. 추운 겨울 다 지나갔다고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봄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또 한 해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시계만 유난히 빠르게 돌아간다고 느낀 때가 있었어요. 매일이 똑같이 반복되는 삶이었고, 하루는 짧고 덧없이 흘러갔죠. 세월의 흐름이라 치고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고민 끝에 깨달은 건 ‘우리는 모든 하루를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익숙한 패턴은 감흥 없는 채로 흩어지고, 반대로 새로운 감각은 하루를 확장시키고 삶을 기름지게 하죠.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감사하고, 또 크게 기뻐하는 연습을 하니 매일매일이 다른 여행 일지로 기록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EGOT은 저의 쳇바퀴 같은 일상에 당찬 브레이크를 걸어줬던 장소인, 색다른 도전 가득한 ‘신사’로 여러분들을 모실까 합니다. 신사에서 쌓는 작은 추억들은 여러분의 시간을 길게 늘어뜨려 줄 거예요. 매끈한 선이 아닌, 삐뚤빼뚤하지만 멋스러운 굴곡으로. 신사는 ‘패션의 성지’이기도 하니까, 패션과 쇼핑을 좋아한다면 반가울 정보가 될 것!

19세기 말 아이코닉한 아메리칸 캐주얼 아이템이 끝도 없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이에요. 그러나 역시 하이라이트는 ‘데님’이죠. 브랜드 오디너리 핏츠(Ordinary Fits)와 오어슬로우(Orslow)의 데님까지 피팅해볼 수 있다는 사실은 블루스맨이 비록 외진 곳에 위치하더라도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상하의, 신발, 그리고 모자까지 다양한 아이템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탓에 취향만 맞는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하는 재미 또한 누릴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