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맛의 드립 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매장에서 직접 콩을 볶아 사용하며, 커피 한잔 한 잔에 정성을 들이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은 바로 ‘헬카페 로스터즈’. 임성은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고 권요섭 바리스타가 전통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어요. 전통적인 드랍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이 특징이죠. 산미가 있지는 않지만, 진하고 고소하게 쓴맛을 자랑합니다.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커피 말고도 있는데요.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이죠. 클래식, 재즈, 그리고 대중음악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맛볼 수 있어요. 레코드판으로 특정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고. 커피와 음악을 함께 음미하기 좋은, 그야말로 헬(HELL)의 탈을 쓴 천국입니다.

가나아트 보광은 국내외의 젊고 개성적인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전시장입니다. 44년 된 옛 은행 건물을 날것 그대로 개조하여 만들어진 공간이죠. 입구에서부터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이미지가 뿜어져 나와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전시는 바로 이 ‘애런 존슨 개인전’. 브루클린 기반 현대미술가 ‘애런 존슨’은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화가인데요. 이번 전시에 출품된 신작들은 자연과의 초월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정신적 영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물을 잔뜩 머금은 캔버스를 바닥에 평평히 눕히고 그 위로 희석된 아크릴 물감을 부어 신비로운 색감을 표현한 것이 특징. 이미지에서 흐릿한 인물 형상 들을 보실 수 있으실 텐데요. 이들은 모두 실존 인물이 아닌 천상의 존재 들이거나 유령, 혹은 자연계의 신비로운 정령이라고 합니다. ‘애런 존슨’이 이들의 삶을 상상하며 그렸다고.

치킨을 통한 감각 확장 센터, 이른바 ‘해체주의 치킨’을 선보이는 계인전. 계인전만의 특허 발골 방식으로 뼛조각 하나 없이 순살 한 판을 그대로 내놓는 다고 하는데요. 통 순살을 튀긴 시그니처 메뉴 ‘계자식’에서부터 닭껍질튀김인 ‘계판’, 안심살 치킨텐더 ‘계차반’,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목 튀김 ‘계두립’, 가슴연골과 무릎연골을 손질해 튀긴 ‘계소리’, 닭다리살 혹은 닭가슴살로 만드는 햄버거인 ‘계햄벅’ 등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는 치킨전문점이죠.

‘Neon Genesis Evangelion(네온 제네시스 에반게리온)’이라는 1995년작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시나요? 수많은 상을 받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가진 작품으로 자리 잡았지요. 선택된 십 대 아이들이 탑승하는 거대한 휴머노이드 에반게리온을 이용하여 ‘사도’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괴물체와 싸우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어요.

이 애니메이션은 저에게 오랫동안 묵혀둔 타임캡슐과 같은 존재. 비밀스럽게 아껴뒀다가 몸도 마음도 여유로운 시간에 감상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지금 소개해 드리는 노래는 에반게리온 ost인 ‘Komm Süsser Tod(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입니다. 청아한 목소리와 담담한 느낌의 곡조가 특징. 애니메이션을 감상하지 않은 이에게는 ‘잔잔하고 힐링 되는 노래’이지만, 내용을 알고 있는 이에게는 ‘비명소리가 겹쳐 들리는 한없이 슬픈 노래’라는 역설적인 평을 받고 있어요.

맑은 목소리에 처음 기분좋게 듣게 되고, 자꾸만 듣다 보면 애니메이션까지 찾아보고 싶은 중독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헬카페 로스터즈'에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이번주에 보광동으로 떠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