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좋은 이유는 아무래도 ‘재킷’의 계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 중에서도 가볍게 툭 걸치기만 해도 멋스러움이 배가 되는 효과를 주는 '블레이저(Blazer)'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기쁘게 합니다.

올해는 남자친구의 재킷을 걸쳐 입은 듯한 넉넉한 품의 블레이저 올해 두벌이나 샀는데요. 시크하고 쿨해 보이는 특유의 매력에 자주 손이 가는 것 같습니다. 매니쉬함과 트렌디함을 살려주면서도 데일리룩으로도 연출할 수 있어 활용 만점 아이템. 포멀 룩부터 주말을 위한 캐주얼룩까지, 다양하게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블레이저의 역사,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링 연출법까지 소개합니다.

사실상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아우터들을 ‘재킷(Jacket)’이라고 부릅니다. ‘이너 위에 걸쳐 입는 겉옷 상의’말이죠! 재킷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어요. ‘디너 재킷’과 ‘스포츠 코트’. 

디너 재킷은 스포츠 코트보다 조금 더 포멀한 자리에서 입는 드레스업 재킷을 의미합니다. 벨벳 재킷, 턱시도, 모닝 코트, 이브닝 코트 등이 여기에 해당되죠.

반대로 스포츠 코트의 대표적인 예는 헌팅 재킷, 네이비 블레이저, 트위드 재킷, 그리고 일반적인 면 재킷 등이 있어요. 스포츠 코트와 디너 재킷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재’, 그리고 자리에 따라 통상 입고 가는 ‘TPO’가 될 수 있겠네요.

블레이저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요. 먼저 영국의 함선인 ‘블레이저 호’에서 따왔다는 이야기입니. 과거 블레이저 호 승무원들은 늘 초라한 복장으로 다녔는데, 어느 날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입을 수 있는 단정하고 정갈한 모습의 유니폼을 만들었어요. 포멀한 재킷에 놋쇠로 만든 단추를 붙인 형태, 바로 오늘날의 버튼 더블 블레이저였죠. 

블레이저의 두 번째 탄생 기원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의 보트 경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런던의 템스강에서 열리는 보트 경기, ‘블레이저’라는 명칭은 1877년 경기 당일에 탄생했는데요.

케임브리지 대학의 선수들(레이디 마가렛 보트클럽)은 당시 시그니처 색상인 진홍색 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요. 경기 직전, 모든 선수들은 공중에 진홍색 상의를 벗어던졌지요. 그 광경은 마치 선수들이 뜨거운 햇살을 받아서 불타오르는 것 같았어요. 응원하는 관중들은 일제히 ‘Ablaze!’라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들이 입었던 상의가 꾸준히 ‘블레이저’라고 불리게 되었죠. 이후로 블레이저는 앞서 말씀드린 ‘스포츠 코트’로 분류되면서 선수들의 단합을 주도하는 유니폼과 같은 역할을 자처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컬러이지만, 곳곳에 ‘레드’라는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었습니다. 검정색의 그물 니트와 심오한 프린팅의 티셔츠, 클래식한 디자인의 벨트까지. 이 셋의 공통점이라 하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다’는 건데요. 지나치게 꾸민 듯한 느낌을 덜어내고 싶어 키치한 액세서리들을 더했어요. 귀여운 디테일의 모자, 신발, 그리고 가방이 더해지니 순식간에 스타일링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재미있는 느낌. 

핵심은 캐주얼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블레이저를 다른 느낌으로 해석해 보는 것. 사실상 ‘심플’의 반대라고 볼 수 있는 ‘키치함’을 포인트로 삼아본 게 센스죠. 옷이 가지고 있는 디테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같은 계열의 컬러웨이로 스타일링을 풀어낸 것이 비법입니다. 이고진을 꾸준히 찾아주시는 여러분 또한 ‘나만의 레시피’를 찾아 부디 패션 고수로 거듭나시길!

쌀쌀한 날씨와 상큼한 날씨가 번갈아 등장하는 요즘. 지금과 같은 날씨에는 다재다능한 블레이저가 기본입니다. 와일드하면서 매니시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블레이저는, 앞서 보신 것과 같이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힙한 매력을 한껏 뽐내는데요. 때로는 데일리 하게, 때로는 포멀하게. 어느 공간에서도 스타일리시함을 뽐내기에 손색없는 블레이저에 도전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