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지만, 완벽하고자 연습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쓸 때도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쓴 글을 잘게 지우고, 또 덧대는 과정을 반복하며 ‘지금이라도 수정하면 더 나아질까’ 중얼거리고는 하지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원고는 마음에 들 때도, 혹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던 제가 쓴 글에 홀로 고군분투했던 혼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은 부정 못하겠더군요. 작품하는 마음이었던 것은 진실이기에, 그 순간에는 진실한 예술가였기에. 매번 처음 쓰는 글이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라는 예술가 마인드로 무작정 써 내려갑니다.

철학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가는 힘. 글이든, 미술이든, 패션이든, 그리고 공간이든 모든 창조물은 예술의 이름을 띄고 있는데요. 말로 설명할 길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용기 내어 구현해 내는 ‘예술’이 우리 가까이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자, 지난 서촌 EGOT 콘텐츠에 이어 황홀경에 젖어들 시간이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곧 서촌의 랜드마크가 될 이곳. 제니의 스크런치로 이름을 알린 이 쇼룸은 서촌에 방문했다면 꼭 들려야 할 필수 숍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그 이름하여, ‘홈 오브 하이(home of hai)’입니다. ‘하이’는 바다를 뜻하는 ‘海에서 유래된 말로 바다의 물결을 실크로 표현하는 영국 브랜드입니다.

다채로운 파스텔 톤의 미니 백, 반짝반짝한 헤어 액세서리, 귀여운 슈즈 등 아이템들이 화이트 톤의 깔끔한 가구 위에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취향에 맞는 가방을 이리저리 들고 구경하다, 내부에 위치한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겨 커피와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꽤 현명한 코스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여럿 먹음직스러운 메뉴 중 에디터의 최애는 감태김밥. 그림처럼 예쁜 김밥 하나를 한 입에 쏙 넣으면 얼마나 즐겁게요!

디지털 시대에 다소 만나기 어려워진 사진집. ‘이라선(Irasun)’이라 함은, 세계 각국의 감각적인 사진집을 모아모아 구비하고 있는 공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초판본부터 절판된 희귀서적, 그리고 최근 출간된 새 책까지 다양한 사진집을 구비하고 있어요.

'집 안의 서재’가 모티브인 북유럽 인테리어. 은은한 조명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방문객들이 오직 ‘사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요. 하나의 예술작품을 닮은 사진집의 특성 덕분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사진집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미술관에 방문한 것과 같은 착각이 듭니다. 랩핑이 벗겨져 있는 사진집에서 부담 없이 사진을 구경했으면 좋겠다는 이라선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두고두고 계속 방문하고 싶은 공간.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해주는 ‘사진’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곳에서 만나보길.

상자 궤에, 길 도. ‘길을 담은 상자’를 공간화한 카페를 소개해 드립니다. 투명한 실버와 블랙으로 조화롭게 구성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창밖의 싱그러운 서촌의 분위기를 만끽하면서도, 시선을 돌려 앞을 보면 그저 우주 한복판입니다. 커피 머신이 놓여있는 아크릴 테이블 뒤에는 대형 LED전광판이 자리해 있기 때문인데요. 화면 가득히 채워진 고고한 달의 형태는 그저 가만히 쳐다볼 수밖에 없는 무언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저온숙성우유 위에 에스프레소 샷이 올라간 ‘망중’과 카페 모카 ‘결실’. 물기 어린 이름들은 궤도가 가진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일본 오즈오카 출신 DJ, ‘OKAWARI’. 음악과 일상의 공존이라는 테마를 놓고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입니다. 한때 일본 재즈힙합 바람이 불면서 한국 리스너들에게도 이미 친숙한 분인데요. 동양적인 사운드, 특히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 트랙을 연상케 하는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운드를 창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추천해 드리는 ‘Minamo’는 일본어로 그대로 발음하면 ‘수면’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으슥하면서 또 신비한 느낌을 품고 있는 곡입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잔물결이 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소년이 생각나요. 재즈와 힙합이 만나, 이토록 몽환적이고 말랑한 감성을 구현해내리라고는 누가 기대했을까요. 멜로우한 비트 위,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져 새로운 심상을 개척해낸 디제이 오카와리는 진정 예술가인 것 같아요.